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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해외계좌 송금, 건당 10억 넘어야 처벌

대법, 고의적 쪼개기 송금 아니라면 총액 아닌 건당 기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내 사업자가 신고없이 해외은행에 거액의 돈을 송금했을 경우 거래 건당 예금액이 10억원이 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0일 섬유제조업체 A사 대표 정모(58)씨에 대한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러 ‘분할거래 방식’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자본거래가 10억원 이상이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외환거래법에 따르면, 국내 사업자가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은행과 10억원 이상의 자본거래를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씨는 지난 2016년 11월 필리핀에 위치한 은행에 31회에 걸쳐 총 455만5785달러(한화 52억1768만원)를 예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건당 10억원이 넘는 거래는 없었다.

 

1심과 2심은 ‘10억원을 초과하는 거래금액’을 건당 거래 금액으로 볼지, 아니면 예금 총액으로 볼지를 두고 판단이 갈렸다.

 

1심은 총 거래금액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건당 거래액을 처벌 기준으로 보고 미신고 자본거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해석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정씨에 대해 기소한 선하증권 위조혐의(유가증권위조 및 행사), 상품주문서 위조혐의(사문서 위조), 위조 선하증권과 상품주문서를 거래은행에 제출해 1108만5120달러(한화 126억1313만원)를 가로챈 혐의(사기)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보고,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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