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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고지의무 위반 보험계약, 사기죄 성립

대법원, "고지의무 위반 계약은 기망행위…보험금 청구 시점마다 사기죄 기수 성립"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인정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은 ‘대법원 2019. 4. 3. 2014도2754’ 판결을 통해 고지의무 위반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청구시점마다 사기죄의 요건이 성립된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피고인은 갑에게 이미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임을 숨기고 을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피고인을 보험계약자로, 갑을 피보험자로 하는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피고인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을 회사로부터 일방적 해약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을 당할 수 없는 이른바 면책기간 2년이 지나자 갑의 보험사고 발생을 이유로 을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보험금을 수령하여 편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보험계약 체결행위와 보험금 청구행위는 을 회사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게 만드는 일련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을 회사가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하급심에서는 피고인의 최초 보험금 청구 이후 을 보험회사가 사기죄를 기소할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법원이 기본적으로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사안과 같이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할 의도가 다분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고지의무를 계획적으로 위반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는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칠 수 있으며 사기죄 역시 성립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사기죄가 성립되는 시점을 최초 보험금 청구 뿐 아니라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기마다 별도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법원은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되거나 최초 보험금 청구 이후 사기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잘못이 있다고 판단, 이를 다시 심리할 것을 결정했다.

 

[‘대법원 2019. 4. 3. 2014도2754’ 판결요지]

 

[1]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다.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위와 같은 고의의 기망행위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다.

 

[2] 피고인이, 갑에게 이미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병한 상태임을 숨기고 을 생명보험 주식회사와 피고인을 보험계약자로, 갑을 피보험자로 하는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을 회사로부터 일방적 해약이나 보험금 지급거절을 당할 수 없는 이른바 면책기간 2년을 도과한 이후 갑의 보험사고 발생을 이유로 을 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여 당뇨병과 고혈압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보험금을 수령하여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보험계약 체결행위와 보험금 청구행위는 을 회사를 착오에 빠뜨려 처분행위를 하게 만드는 일련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을 회사가 그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였을 때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며, 그 전에 을 회사의 해지권 또는 취소권이 소멸되었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최초 보험료가 납입된 때 또는 을 회사가 보험계약을 더 이상 해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회수하지 않았을 때 사기죄가 기수에 이른다는 전제 아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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