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기와_허영숙
우체부가 바람을 던져 놓고 가도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집
밤이면 고양이들이 푸른 눈빛을 켜드는
오래된 빈집에
언제부터 들어와 살았나
낡은 전선줄을 타고
지붕을 새로 올리는 담쟁이
땡볕이 매미 울음을 고음으로 달구는 한낮에도
풋내 나는 곡선을 하늘하늘 쌓아올리는저 푸른 노동
질통을 지고 남의 집 지붕을 올리던 가장 家長이
끙끙 신열을 앓으며 뒤척일 때
얼핏 들여다 본 어깨의
멍자국 같은,
詩 감상
생각만으로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시절을 무성하게 덮은 담쟁이 넝쿨도 땡볕이며 비바람 마다하지 않고 푸른 허공을 길어 올린 배고픈 노동의 손금일 터이다.
한 가정을 꾸리고 기업을 경영하고 나라를 이끌 어가는 일 또한 담쟁이의 거친 손금과 닮아 있는 것을 본다.
담쟁이의 푸른 기왓장에서 온갖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무거운 질통을 한 뼘씩 길어 올리는 참노동의 경건함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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