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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판례] 가스공사, 1130억 ‘BOG’ 소송 관세청에 판정승…내막은?

관세청 “BOG 운임 누락” vs 김&장 “이중과세”·율촌 “증명해라”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대법원이 1심과 2심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을 부각시켰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관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한국가스공사의 손을 들어줬을 때 관세청 관계자의 탄식이다.
 
가스공사는 1991년부터 카타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수출자와 FOB(Free On Board, 본선인도) 조건으로 액화 천연가스(LNG) 수입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수입해왔다. 운송 계약은 국내 운항회사와 별도로 체결했다. 가스공사는 해외 수출자에게 지급한 물품대금과 국내 운항회사에 지급한 운임·보험료를 포함해 관세청 산하 평택세관에 수입신고하고 세액을 납부했다.


하지만 평택세관은 선박의 연료로 사용된 ‘BOG’(Boil Off Gas, LNG 화물탱크에서 자연적으로 기화하는 천연가스)가 운임에서 누락됐다며 가스공사에 관세 95억원, 가산세 311억원, 부가가치세 724억원 등 총 1130억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과세예고 통지서(기획심사 결과 통지서)를 보냈다.


LNG 운송 시 발생하는 BOG가 연료로 사용되므로 운임에 포함돼 관세의 과세가격에 포함돼야 한다는 논리다.


가스공사는 이에 불복해 과세전적부심을 제기했지만 관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에서 불채택(2013년 2월)됐다. 이후 김&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기각됐고, 수원지방법원(1심)과 서울고등법원(2심)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고법에서도 패소하자 가스공사는 다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가스공사 상황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8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1000억원대의 세금을 갑자기 지불하게 돼 당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특히 도시가스(LNG용)는 정부에서 관리하는 품목 중 하나로, 요금이 동결돼 원가반영을 할 수 없어 가스공사의 고민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가스공사는 기존 대리인인 김&장 외 법무법인 율촌을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하고 김&장의 ‘이중과세’ 주장과는 별도로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왔다. ‘대가관계’와 ‘입증방법’이다.


LNG선의 ‘숙명’ BOG…1·2심 재판부 “BOG 가격은 운임”


LNG는 기체인 천연가스를 영하 163℃로 냉각해 액체상태로 만든 것이다. 천연가스를 액화시키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액화시켜야 기체 상태일 때보다 더 많은 양의 LNG를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LNG 선박의 핵심은 화물창의 온도를 영하 163℃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열이 유입되는 것을 100%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액화된 LNG의 약 0.15%는 매일 기화된다. 이렇게 기화된 LNG를 BOG라 한다.


기화된 BOG는 화물창에서 방출시켜야 한다. 이를 그대로 두면 화물창 내부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 방출된 BOG는 선박의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운항회사의 모든 LNG 수송선박은 방출시킨 BOG를 연료로 사용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을 채택해 건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이같이 LNG 운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BOG를 국내 운항회사와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1일당 BOG 허용발생량(0.15%)을 한도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관세청은 조세심판원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가스공사가 국내 운항선사에 BO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운임 중 일부를 현물(BOG)로 지급했는데도 수입신고 시 BOG 가액 상당의 운임을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김&장은 이에 맞서 “가스공사가 해외 수출자에게 지급한 물품대금에는 BOG 부분에 대한 대금이 포함돼 있으므로 이를 운임에 다시 가산하는 것은 ‘이중과세’로서 WTO 평가협약 및 실질 과세 원칙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심사전문 A관세사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장의 논리는 가스공사가 BOG를 포함한 LNG가 액체상태일 때의 대금을 모두(100%) 지급했고, 그 구입분에 대한 세금(운임·보험료 포함)도 전부 지불했다. 그 후 운송 중 LNG가 기화되면서 액체부분은 98%가 됐고, 2% 부분이 BOG로 기화됐는데 관세청이 2%의 기화된 BOG에 대해 또 과세하니 이를 ‘이중과세’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관세사는 또 “관세청은 간단하게 물품대가는 물품대가이고 법정가산요소(운임)는 법정가산요소(운임)다. 어찌됐든 BOG가 연료로 사용됐으니 운임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실제지급가격과 법정가산요소의 합으로 구성된다(관세법 제30조, 제1방법). 실제 지급가격은 물품대가 등을 의미하고, 법정가산요소는 권리사용료, 생산지원비용, 운임(운송비용) 등을 말한다.



가스공사는 해외 수출자와 국내 운항선사에게 각각 LNG 물품대금과 LNG 운임 등을 모두 지불했지만 기화된 LNG(BOG)의 대금은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과 1심·2심 재판부는 “가스공사가 해외 수출자와의 도입계약에서 BOG를 제외하고 물품가격을 정한 이상 BOG는 도착 당시의 물품가격에서 제외돼 있으므로 BOG의 가격을 운임으로 가산한다고 해도 이중과세는 물론 WTO 관세평가협약이나 실질과세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관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조세심판원과 1심·2심 재판부는 관세청의 주장대로 ‘물품대가’와 ‘운임 등 법정가산요소’는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별개의 요소로 본 것이다.


율촌 “LNG선 특성상 BOG 사용 불가피”… 관세청, 새로운 주장 나오자 ‘당황’


대법원은 원심(1심·2심)결정 단계까지의 제출된 자료만을 근거로 판단하므로 보통 사후심이라고 얘기한다. 이에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가스공사의 사건을 맡은 율촌은 난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쟁점이었던 ‘이중과세’ 대신 새로운 논리를 펼쳐야 했지만 기존 김&장의 주장을 벗어나는 항고이유서를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율촌에서는 ‘대가관계’와 ‘입증방법’을 주된 논리로 잡았지만 1심과 2심의 쟁점이 ‘이중과세’이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근거를 찾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며 “여러 번의 기록 검토 끝에 결국 ‘대가관계’와 ‘입증방법’이라는 논리를 찾아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관세청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다. 조세심판원부터 고등법원까지의 판결은 “‘물품대가’와 ‘운임 등 법정가산요소’는 별개”라며 관세청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관세청은 기존 논리를 다듬는 차원으로 대법원 판결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세심판원과 1심·2심은 ‘이중과세’가 법률쟁점이었는데, 대법원에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은 사항인 ‘입증방법’이 쟁점으로 떠올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법원에서의 율촌의 핵심 논리는 ‘대가관계’와 ‘입증방법’이다. 심사전문 A관세사는 대가관계와 입증방법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대가관계란 당사자 간 의사와 계약상 금전적 이익이 존재하는지를 의미하고, 입증방법은 과세관청이 BOG 이용에 따른 정확한 할인액(BOG 이용금액)이 얼마인지 증명해야 하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대법원 심리에서 “관세청은 운임을 현물(BOG)로 지급해 그 금액만큼 운임을 할인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운임을 할인받으려면 계약 당사자 간 어떠한 ‘대가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운항선사의 LNG 수송선 구조는 운송 중 BOG 연료 사용이 불가피하게 예정돼있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따라서 대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설령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를 받아 소실될 물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더라도, 이러한 이익은 운송인이 LNG 운송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얻은 부수적 이익에 불과한 것이지, 운송의 대가로 금전 대신 현물(BOG)을 지급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율촌의 주장은 예를 들어 운송회사가 기존 운임 120만원에서 20만원(BOG 비용)을 할인해 100만원으로 정한 것이 아니며, LNG선 특성상 BOG 발생은 불가피하므로, BOG 비용에는 당사자 간 금전적 이익이 동반된 대가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입법자들이 WTO 관세평가협약을 받아들여 관세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운임(BOG)의 거래관계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운임의 평가방법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물품 가격과는 달리 운임은 평가(제2방법 이하)하지 못한다는 고려도 깔려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LNG 도입계약은 원유도입계약하고는 성질이 다르다. 원유의 경우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중질유처럼 국제시세가 있어 가격을 즉시 알 수 있다. 반면 LNG는 국제시세가 아닌 도착항에서 열량분석을 통해 가격을 측정한다. 같은 장소에서 LNG를 채굴하더라도 열량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제3의 검사기관이 도착항 샘플을 분석해 가격을 정한다.


율촌은 이같은 LNG 도입계약의 특성을 분석해 대법원에서 “LNG 선박의 연료는 일반적으로 단가가 낮은 벙커C유를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BOG를 일부 사용하고 있다. 운송 중 BOG의 열량을 어떻게 측정해 정확한 할인금액(벙커C유와 BOG간의 차액)을 계산할 수 있는지 그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고 주장했다. 관세청이 추징한 관세 등의 금액은 단순히 LNG 구매단가에 배가 사용한 BOG 물량을 곱해 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BOG 금액을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가산·조정하려면 과세관청이 운임이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금액을 증명해야한다”며 “원심이 LNG 해상운송과정에서 BOG의 처리방법이나 국내 운항선사의 수송선 구조상 연료 사용의 불가피성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BOG 가액을 운임으로 가산한 관세청의 처분이 적법 하다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율촌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중과세’ 등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BOG 가액이 운송계약에 따른 운임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각 처분은 위법하고 가스공사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며 최종적으로 가스 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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