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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세(擔稅)의 시한폭탄’ 근로소득세 면세자

복지와 납세…양립해야 하는 딜레마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아직 검토단계다.” 지난 9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동연 경제 부총리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 축소,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근로소득자 면세자 문제는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현재 정치권의 열기는 낮게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도화선은 사방에 깔려 있다. 보수층은 여의도 연구원 등 싱크탱크를 동원해 방안을 찾고 있고, 정부에서도 국책연구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대선에서 면세자 비중 축소를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바른정당에선 이종구 의원이 지난 8월 논의의 첫 발걸음이 될 재정안도 발의했다. 말은 아끼지만,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이란 점은 모두 동의한다는 셈이다.


정부가 뿌린 무임승차 티켓
근로소득자의 소득은 흔히 유리지갑으로 불린다. 국세청 원천징수 과세망에 훤히 노출돼 있고, 세원투명성이 높은 만큼 정책에 따라 쉽게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소득은 업황에 따라 이익이 고무줄처럼 달라지지만, 근로소득은 매년 연봉이 경제상승률, 물가상승률에 따라 자연 상승한다. 대량실업이 발생하지 않는 한 매년 근로소득세액은 늘어나고 면세자 비중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의 근로소득세 정책은 출산장려 등 정책목적을 위한 부분적 시술에 그친다.


하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근로소득세에 대수술을 감행했다. 증세를 위해 소득공제 중심의 공제체계를 세액공제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일부 소득구간에서 유리지갑이 철갑 지갑으로 바뀌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음은 국세통계 연보 자료를 토대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도출한 2013~2014년 소득구간별 면세자 비율 추이다.



연봉 1000만원 이하 구간 내 면세자 비율은 2013년 대비 2014년 92.4%에서 7.6%p 오른 100%가 됐다. 이외 면세자 비중 증가율은 1000만원 초과~1500만원 이하 구간에선 48.3%p, 15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 구간에선 16.0%p, 2000만원 초과~3000만원 이하 구간에선 22.0%p, 3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구간에선 26.6%p, 4000만원 초과~4500만원 이하 구간 내에선 18.7%p, 45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구간 내에선 12.7%p, 5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 구간에선 5.6%p, 6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 구간에선 1.1%p씩 늘었다. 그리고 2013년 32.4%까지 점진적으로 줄어들던 근로소득세 총 면세자 비중은 2014년 48.1%로 뛰어올랐다.


면세자 발생의 진원지는 세액공제였는데, 세법개정효과 발생 이전인 2013년과 발생 이후인 2014년을 각각 비교해보면, 소득공제로 인한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0.9%였으나, 2014년 14.6%로 16.3%p 줄었다. 반면 세액공제로 인한 면세자 비율은 2013년 1.1%에서 2014년 33.1%로 전년대비 32.0%p 증가했다.


면세의 빈익빈 부익부
이러한 면세자 증가의 발단은 정부가 세수증대에 욕심을 냈던 것이 단초였지만, 세부적으론 각 개별주체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공제체계를 일괄적으로 조정한 것이 원인이었다. 당시 재정당국은 복잡한 개별 공제사항을 몇 개의 항목으로 단일화하고, 연소득 5500만원 이상부터 부분적으로 총 공제액이 줄어들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자녀 · 교육 · 의료 등 특별공제를 받지 못한 일부 개인들의 경우 연말정산이 세금 폭탄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한 정부의 처방도 일률적이었는데,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세액공제율을 12%에서 15%로 상향 조정하고, 근로소득세액공제 내 55% 공제율 적용 구간을 산출세액 기준 50만원 이하에서 130만원 이하로 끌어 올렸다. 전체 세부담을 일괄적으로 줄인 것이다.


그러면서 면세자 비율이 불어났는데, 특히 소득이 클수록 특별세액공제의 역할이 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근로소득세 면세자 증가 배경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연봉 2000~4000만원 구간의 면세자는 총 산출세액에서 근로소득세액공제로 46%, 자녀세액 공제로 16%, 특별세액공제로 18%를 경감 받았다.


하지만 4000만원 이상 구간부터는 근로소득세액공제 비중이 줄고, 보험료 · 의료비 · 교육비 · 기부금 등 특별세액공제 비중이 급상승했다. 4000~6000만원 구간의 경우 근로소득 세액공제로 36%, 자녀세액공제로 18%, 특별세액공제로 35%를, 6000~8000만원 구간의 경우 근로소득세액공제와 자녀 세액공제는 각각 17%, 9%에 불과했으나, 특별세액공제의 비중은 56%에 달했다. 자녀의 막대한 교육비를 쏟거나 보험 · 의료 지출여력이 있는 중산층 가정이 면세혜택을 많이 보았다는 것인데, 면세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데도 증세효과는 뚜렷했다는 것이다. 근로소득세는 2012년 20조2434억원에서 2013년 22조4943억원, 2014년 26조1356억원, 2015년 28조1094억원, 2016년 31조9740억원으로 5년간 총 증가율은 58%에 달했다. 연 평균 9.6%씩 근로소득세가 늘어난 셈이다.


반면 연도별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2년 3.1%, 2013년 2.5%, 2014년 1.3%, 2015년 2.7%, 2016년 2.8%인데, 연 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2.5%에 불과했다. 5년간 실질임금이 연 2.5%씩 늘어나는 동안 세금은 연 9.6%씩 늘어난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면세를 받지 못하면 더 가난해지고, 면세를 받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뜻이다.


저조한 하위 소득 · 지지부진한 소득재분배
그런데 이를 해소할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가 않다. 면세자가 대폭 늘어난 저소득층을 손대자니 개인별 부담이 크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면세자를 건드리자니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지난 9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세 형평성 측면에선 (면세자)축소가 긍정적이지만 중산층 이하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검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소득분 배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가구(1인 및 농가포함) 가처분 지니계수는 0.304로 전년대비 0.009 증가했다. 지니계수 상승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불평등해졌다는 뜻이다.


또 다른 양극화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5.45배로 전년대비 0.34포인트 늘어났고, 지난해 전체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14.7%로 전년대비 0.9%p 늘었다. 하위 20% 소득은 지난해 5.6%나 소득이 급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인상률이 7.3%로 책정됐긴 하지만,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돌파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의 ‘근로소득자 면세자 축소방안’ 연구엔 이 같은 한계점이 반영돼 있다. 연구원의 방안 중 하나는 현행 13만원인 표준세액공제를 1만원씩 축소하는 것이다. 무조건 1만원씩 더 걷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종 공제 빼고도 세액이 남았을 때 그 남는 분을 거두는 것이다. 표준세액공제를 1만원 축소할 경우 전체 세수 증가액은 234.8억원, 1인당 세수부담은 1412원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연구원은 특히 2000만원 이하 근로자에 부담이 집중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교육비 · 보험료 · 기부금 · 의료비 등을 지출하지 않는 싱글족 · 자녀 없는 신혼부부 및 지출여력이 없는 1인 노인 가정 · 자녀가 출가한 1인 노인 부부가 대상이다.


근로소득공제 축소는 과세표준을 늘려 대상 범위를 중위 소득까지 끌어올리되 소득 수준에 따라 부담 강도를 누진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이다. 누진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수효과도 커지는데, 조세재정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소득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했을 때 1인당 평균 세부담은 1.6~7.3만원, 총 세수는 0.3~1.2조원 가량 늘어난다. 대상은 주로 연봉 4000만원 이하 대상자들이 포함되나 독신이며,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을수록 세부담이 늘어난다.


이 경우도 간단하지 않다. 지난해 기준 가처분소득 기준 중위소득 비중은 65.7%로 전년대비 1.7%p 급락한 데다, OECD 국가 중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효과(세전 · 세후 지니계수 개선율)는 2014년 기준 11.4%로 거의 꼴찌 수준이기 때문이다. 2015년 13.5%로 올랐지만, 여전히 독일(42.2%,) 프랑스(42.0%)는커녕 영국(31.3%)이나 미국(22.4%)보다 낮다.


면세자 축소 첫 걸음…중하위층 ‘핀셋 과세’
이전 정부에서 늘어난 근로소득세 부담, 약화된 중~하위층 계층의 소득기반이란 이중고에서 넓어진 면세자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계속 회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보편적 과세 없이 복지나 소득재분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견지에서 고려할 만한 방안도 있다. 세액공제 한도를 설정하거나, 면세의 최저하한선을 설정해 저소득층을 제외한 중하위층만 우선 ‘핀셋 과세’하는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세액공제 공제한도를 현행 95%로 설정한 경우 1인당 평균 추가세부담은 2500~3700원이며, 90%인 경우 5900~8500원, 85%인 경우 9900~1만 3900원의 세부담이 발생한다. 이를 통한 세수 증대 효과는 425~2318억원에 달한다.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은 ‘당당국민법’이란 이름으로 최저한세법을 발의했다. 연소득 20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에 대해 월 1만원을 연 12만원을 납부토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2000만원 이하 소득구간은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제외시켰다.


이 의원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납세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있다”며 “십시일반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근로소득자 절반이 세금을 내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 측은 납부세액이나, 과세범위는 얼마든지 논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목표는 증세가 아니라 담세층을 늘리는 것이기에 최저 생계를 잇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세부담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논의 자체를 언제까지 회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작가는 JTBC 시사프로그램 ‘썰전 233회’에서 최저 생계비 이하인 소득층엔 과세하면 안 되나, 그 이상 소득자에 대해선 최소한 1인당 연 12만원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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