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선임한 비상임이사 54명 중 9명은 핵심 부처의 장·차관, 위원장,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전직 고위관료 출신이다.
그 명단을 살펴보면 ▲유관우 前금융감독원 부원장 ▲권태신 前국무총리실장 ▲이명수 前농림부차관 ▲박현출 前농촌진흥청장 ▲권재진 前법무부장관 ▲김동수 前공정거래위원장 ▲정학수 前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권혁세 前금융감독원장 ▲김병화 前인천지방검찰청 지검장 등이다.
이들에게는 월 활동수당 400만원, 심의수당 1회당 50만원 등 각종 명목으로 연간 최소 5500만원에 달하는 활동비를 지급했다.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2013년 15회 ▲2014년 16회 ▲2015년 16회 ▲2016년 17회 ▲2017년(8월 기준) 9회 등 매년 16회 내외로 개최되고 있다.
반면 이사회 안건 현황 및 처리결과를 보면 비상임이사 역할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농협중앙회 이사회로 접수·보고된 안건 및 의안은 총 303건이다. 이사회 처리현황을 보면 ▲원안 가결 137건 ▲ 수정가결 4건 ▲ 수정접수 2건 ▲ 미접수 2건 ▲접수 158건 등으로 대부분 가결됐다.
지난 4년 7개월 동안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수정가결된 안건은 ▲2015년도 조직개편 및 정원조정(안) ▲농협브랜드관리규정 일부개정규정(안) ▲전산업무규정 전부개정규정(안) ▲임원보수 및 실비변상규정 전부개정규정(안) 등 단 4건에 불과하다.
심지어 2017년 이사회에서 처리한 보고 및 의안 48건 중에는 단 한건도 수정된 안건이 없었다. 비상임이사를 비롯한 이사회가 실무자들이 보고한 안건을 듣고난 후 거수기 노릇만 한 셈이다.
외부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선임한 비상임이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이사회 전체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이에 농협중앙회가 비상임이사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외면한 채 전직 고위관료들에게 활동비 챙겨주기 식으로 마구잡이 영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철민 의원은 “부정비리와 약점이 많은 농협중앙회가 이들의 전문식견보다 방패막이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비춰진다”며 “무분별한 전직 고위관료 선임을 중단하고, 과도한 활동비 지급개선과 명실상부한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이사회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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