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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배당금 분배 논란 ‘재점화’

삼성전자 주식 매각시한 1년 늘 때마다 역마진 손실 5414억원 공제


(조세금융신문=박소현 기자) 과거 보험사들의 주요 자금조달창구 역할을 해왔던 유배당 보험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유배당보험이 모두 단종 됐음에도 보험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릴 때마다 기존 유배당보험 계약자에 대한 배당금 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해서 채권이나 펀드 등에 투자한다. 운용을 통해 발생한 총 이익이 고객에게 지급한 전체 보험금보다 많다면 보험사는 그 초과수익을 보험 계약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 수익분배 방법에 따라 유배당보험과 무배당보험으로 나뉘게 된다.

 

유배당보험은 초과수익을 사후정산 받는 방식이다. 보험사 운용수익의 일정비율을 일정기간마다 배당금으로 주거나, 배당준비금을 쌓아뒀다가 만기환급금이나 노후연금에 더해서 지급한다. 무배당보험의 경우 초과수익을 사전 반영하는 방식이다. 향후 초과수익 배당을 포기하는 대신 미리 보험료를 할인받는 것이다.

 

따라서 유배당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배당 보험료가 10~15% 저렴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약속된 예정이율만 지급하면 되는 무배당보험과 달리 초과수익 발생시 보험계약자 몫을 따로 챙겨줘야 하는 유배당보험이 성가실 수밖에 없다.

 

무배당보험 등장 이후 사실상 시장에서 사장된 유배당보험


역사가 오래된 보험사들은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이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27월을 기점으로 그 전에는 오로지 유배당보험 판매만 허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판매된 보험상품이 모두 유배당보험이었던 만큼 보험사 초과수익은 당연히 보험계약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1990년대 초 외국계 생보사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했다. 외국계 생보사들은 소비자에게 보험상품에 대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배당보험과 무배당보험 장단점이 명확한 만큼 소비자가 이를 비교해서 원하는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배당보험이 출시되자 외국계 보험사들은 동일한 보장 대비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보험사들도 이에 질세라 무배당보험 판매에 나서면서 한동안 유배당·무배당보험이 병행 판매됐다.

 

그런 상황에서 1997IMF 금융위기가 닥치자 불확실한 미래 배당보다 당장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무배당보험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게 됐다. 이 시기에는 보험사들도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자산운용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자산 운용 수익보다 지급보험금이 더 큰 상태인 이차 역마진이 심화됐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 와중에 배당까지 신경써야 할 유배당보험 판매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설 자리를 잃어가던 유배당보험은 지난 2006년 유배당보험료 운용수익 90%를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도록 한 보험업법 개정 이후로 그나마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보험사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겨우 이익의 10%만 가질 수 있는 유배당보험보단 100% 보험사 몫인 무배당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편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아직 NH농협생명에서 판매 중인 유배당 연금보험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배당을 기대할만한 유배당보험은 전부 판매 중지됐다. 다양한 보험상품 선택권 보장이란 무배당보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도 소비자들은 역으로 유배당보험에 가입할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이 돈벌이에 혈안이 돼 이득이 안 되는 유배당보험을 의도적으로 사장시켰다며 유배당보험 활성화를 촉구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무배당보험도 초과이익 발생 시 실적에 따라 차후 보험료를 인하해야 하는데 보험사들이 모른 척 모든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배당보험 비중 확대로 생보사 상장 논란 종지부


무배당보험 비중 확대는 약 18년간 지지부진하던 생명보험사 상장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은 지난 1989년부터 상장을 추진했으나 상장차익 배분에 대한 문제로 시민단체와 논의만 거듭 하다가 번번이 무산됐다. 생보사 성격을 주식회사상호회사가운데 어느 쪽으로 규정할 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연)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과거 생보사가 유배당보험 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 기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주식회사가 아닌 상호회사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57년 삼성생명 설립 당시 대주주가 출자한 자본금은 40억원에 불과하다. 이후 삼성생명은 무배당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한 1992년까지 약 35년간 유배당보험 판매를 통해 자산 규모를 키워나갔다. 이처럼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이 보험사 자산 형성에 상당히 기여한 만큼 상장 시 주식으로 분배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흥식 금감원장은 1999년 금융연구원 부원장 시절 생명보험사는 주식회사로 설립됐지만 계약자에게 유배당 상품을 판매하는 상호회사 성격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지난 2003년 생보사 상장 논란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으로서 사실상 상호회사 형태로 운영되던 생명보험사가 법과 원칙에 맞게 상장하려면 보험계약자에 대한 주식배당 방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발언 한 바 있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상법상 주식회사인 보험사들을 상호회사 취급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기업공개에 따른 상장차익은 모두 주주 몫이기 때문에 보험계약자들과 나눌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보험사들도 유배당보험 비중이 높던 시기에는 무작정 상장을 추진할 수 없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던 논쟁은 무배당보험 비중이 유배당보험을 넘어서면서 보험업계 측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생보사 상장자문위는 과거 유배당보험 판매는 보험사 설립 형태와 관련 없다. 또한 보험사 경영위기 당시 계약자들이 보험금을 삭감하는 등의 책임을 부담하지도 않았다생보사는 명백한 주식회사라 결론 내렸다.

 

이에 보험소비자연맹은 지난 2010년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계약자 2802명을 모아서 상장차익 이익배당금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소송도 삼성생명 상장 이후에도 장기투자자산을 처분해 이익이 생기면 배당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험계약상 권리는 상장차익과 무관해 보인다는 논리로 패소하면서 일단락됐다.

 

삼성전자 지분매각 시한 길어질수록 유배당보험 배당금 급감

아직도 미해결된 유배당보험 논란이 남아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삼성생명은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23%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전자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이 가진 지분(4.63%)보다 보유 비율을 낮춰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최소 3.6%(10조원) 이상 매각해야만 한다. 이는 모두 유배당 보험만 존재하던 1990년 이전에 1주당 53564원에 매입한 주식들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지분매각에 따른 차익은 논란의 여지없이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나눠줘야 한다. 다만, 그 배당 규모는 삼성전자 주식 매각시한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2월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경제개혁이슈에 따르면 20169월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10622814주를 일시에 전량 매각(1주당 200만원 가정)할 경우 매각차익은 취득가액 5690억원을 공제한 206766억원이다.

 

이 중에서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은 32.56%67323억원이다. 여기에 유배당보험 역마진으로 인한 연간 손실액(5414억원)과 유배당보험 운용수익 10%(6191억원)를 공제한 후 기타이익 41억원을 더한다. 그 다음 배당손실보전준비금 최대 30%(16728억원)를 뺀 39031억원이 실질적인 유배당보험 배당금이라 볼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삼성전자 주식을 5년간 균등 매각할시 25388억원, 7년간 균등 매각하면 18567억원으로 배당금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이 같이 7년간 균등매각할 경우 지급되는 유배당보험 배당금은 일괄 매각 시 배당금의 46%에 불과하다.

 

이처럼 매각시간에 따라 유배당보험 배당금이 큰 차이를 보이게 된 이유는 역마진 손실액을 매년 공제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시절 판매된 유배당보험은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자 보험사 운용수익률보다 예정이율이 더 높아지는 역마진이 발생됐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5년 기준 연간 5414억원에 달하는 역마진 손실을 보고 있다.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게 되면 이 역마진 손실을 한 차례만 공제받을 수 있지만 5년간 매각하면 27070억원(5414억원×5), 7년간 매각 시 37898억원 (5414억원×7)을 공제받게 된다.

 

물론 늘어난 손실 공제액만큼 적립해야 할 배당손실보전준비금이 줄어들기는 한다. 하지만 매각기간이 길어질수록 삼성생명 입장에서 줘야할 유배당보험 배당금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한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매각할리 없으므로, 실제 유배당계약자 배당금은 이 계산 결과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에서 지주사 전환계획을 제출할 경우 기본적으로 5년간 지분매각을 유예할 수 있고, 금융위원회 승인이 있다면 추가로 2년이 더해져 최대 7년까지 유예 가능하다.

 

이에 삼성생명은 유예기간 최대치인 7년간 지분매각할 수 있도록 승인할 것을 금융위원회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최대 2년을 넘길 수 없다삼성생명은 유권해석을 원했지만 두 조항이 중복 적용되므로 2년 안에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유배당보험 덕분에 살 수 있었던 주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 정작 매각차익 실현은 미루는 바람에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이 줄어들고 있다삼성전자 주식은 유배당 보험료로 이뤄진 자산으로 매입했기 때문에 그 매각차익은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상식적이라 지적했다.

 

박 의원은 취득시점이 아닌 매각시점 유배당보험과 무배당보험 비율대로 매각차익을 배분하도록 한 보험업 감독규정은 대표적인 금융적폐라며 특정 보험사를 위한 특혜규정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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