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위로_ 고 영
사내의 접힌 윗몸을 일으켜 세우자
병상 위에 남아 있던 온기도 따라 일어선다
홑이불 속에 묻어두었던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고통은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몸의 친절인가
몸속에서 조금씩 소멸해가는 시간을
자신의 몸으로 확인하는 건 또 얼마나 당혹스러운가
수술실로 실려 가는 저 사내에게
가습기가 길고 긴 숨을 대신 몰아쉰다
복도 의자 위 마른 꽃다발 속에서
파리 한 마리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손등에 얹힌 사내의 눈빛이 아직 따뜻하다
젠장, 수술실 앞에선 남겨진 자가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詩 감상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건네는 안부는 따뜻하다.
다른 사람에 대한 위로는
자기 자신의 안부를 묻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고 질병으로 고통 받는 것도 어찌 보면 삶의 일부라서
시인은 수술실로 끌려가는 타자의 고통을 보면서
스스로 위안 받아야 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본다.
길지 않은 인생,
건강하다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아닐까….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