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소현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펫보험 등 특화 보험사 활성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을 통해 특화 보험사 설립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금융위 담당자는 “국내 펫보험 잠재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 펫보험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펫보험 특화보험사 ‘애니콤’처럼 충분히 준비해서 시작하려는 이들을 위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주려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시장 진입수요가 없다 해도 금융위가 등 떠밀어서 시작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아직 한국에서 펫보험 특화 보험사가 설립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기존 보험사 체제에서도 상품성이 증명되지 못했다”면서 “펫보험 시장이 전혀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화 보험사가 설립되는 것은 시기상조”라 말했다.
그동안 국내 보험사가 펫보험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동물 진료수가 문제가 지목됐다.
사람과 달리 동물은 외관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도입되긴 했으나 마이크로칩이 아닌 목걸이로 등록한 경우 목걸이만 바꿔달면 사실상 알 방법이 없다. 따라서 보험가입자가 보험사기에 악용하려 들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의사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던 동물 의료수가제도가 지난 1999년 폐지됨에 따라 적정한 보험요율 산정이 매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각 동물병원이 자율적으로 진료비를 결정하게 되면서 동물병원 간 진료비 차이가 최대 8배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손보사들은 펫보험 보장범위를 대폭 축소하거나 높은 손해율을 감당하지 못해 판매를 중지했다. 현재 롯데손보,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3개 보험사에서 판매 중인 펫보험들은 모두 가입·갱신 조건이 까다롭거나 보장 범위가 매우 좁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국내 손보사들도 반려동물 보험시장 자체에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펫보험은 손해율 악화 리스크나 보장범위가 제한적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판매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다”라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오로지 펫보험만 판매할 수 있는 특화 보험사가 설립되면 엄청난 손해율 악화로 인한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단순한 진입요건 완화보다는 동물 진료수가 관련 제도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미 실패했던 정책을 이름만 바꿔서 재탕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상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과거 금융당국이 추진하려다 흐지부지된 단종보험 대리점과 현재 상품특화 보험사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면서 “더케이손보, 악사손보 등 유사한 실패사례가 존재함에도 금융당국이 이를 외면한 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5년 영업점에서 관련 보험상품을 함께 판매하도록 한 단종보험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약 2년간 출시된 단종보험은 롯데손보의 ‘제품보증연장보험’이 유일하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특화 보험사로 시작한 악사손보와 더케이손보, 하이카 다이렉트도 자동차보험 하나만으론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워 종합보험사로 바뀌거나 합병 당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시장 진입요건이 완화된다 해도 펫보험 특화 보험사가 설립될지는 의문스럽다”면서 “충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기존 보험사들이 알아서 관련 상품들을 개발할텐데 굳이 특화 보험사를 활성화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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