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증권사들이 국세청의 차명계좌 차등과세 추진에 대해 소송 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 못한 것은 과세당국 책임이란 이유에서다.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차명계좌 원천징수 통보를 받은 대형 증권사 20곳이 법무법인 태평양을 공동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조세심판원 심판청구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판청구에서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이 원천징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은 차명계좌 차등과세에 대해 인지 조차 못한 과세당국의 잘못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국세청은 2008년부터 차명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율로 원천징수할 것을 지난 2월 각 금융사에 통보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세를 하면서 다른 금융소득자에 대해서도 세금을 거두기로 한 것이다.
금융사는 계좌주를 대신해 이자배당소득에서 발생한 소득을 원천징수하고 있다.
원래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4%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고율의 차등과세를 적용해야 한다.
궁극적인 납부 대상은 각 계좌주지만, 우선 금융사가 원천징수분으로 국세청에 납부하고, 각 개별납세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받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송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과세당국이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원천징수 의무자인 증권사가 구상권 소송 등의 부담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자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당국이 원천징수의무자가 부담을 전가하는 건 위법하다는 취지다.
증권사들은 조만간 소송가액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법적공방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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