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이 편법 상속·증여 혐의가 있는 50개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국세청 측은 대기업 사주 일가의 ‘세금 없는 부의 세습’과 이로 인한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착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사대상자는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기업자금 불법 유출, 차명재산 운용, 변칙 자본거래 등을 일삼거나, 기업을 사유물처럼 여기며 사익을 편취한 혐의가 있는 재벌일가를 ‘핀셋’ 선정했다고 밝혔다.
A기업 사주는 자력으로 경영이 불가능한 자녀에게 현금을 몰래 증여해 회사를 차리게 한 후 개발사업 등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주식 가치를 증가시켰다.
B기업은 사주의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기업을 원자재 납품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재하도급 방식으로 거래단계를 부풀려 부당이익을 제공했다.
C기업은 사주의 친인척과 임직원이 대표인 다수의 외주가공업체에 외주가공비를 과다 지급하고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했으며, D기업 사주는 전직 임직원 등이 주주로 구성된 위장계열사를 설립한 후 용역료를 가공지급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E법인 사주는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회사 및 전직 임직원 등에게 분산·관리하고 있던 명의신탁 주식을 자녀에게 저가로 양도해 우회증여했다.
F법인 사주는 전직 임원에게 명의신탁한 주식을 자녀 소유 법인에 넘겨 외관상 특수관계가 없는 것처럼 꾸몄다.
계열기업을 코스닥 상장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하기 직전에 동 계열기업 주식을 자녀에게 양도해 상장차익을 넘겨주거나, 해외 현지법인의 불균등 증자 과정에 사주의 자녀를 액면가액으로 참여시켜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기업 사주도 적발됐다.
또한,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상품권 및 사치품 구매 등 사적사용 경비를 대납하거나, 사주 일가가 임원 등으로 근무한 것처럼 가장해 수년간 지속적으로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식으로 회삿돈을 챙긴 사례도 드러났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동시 세무조사는 정상적인 거래까지 검증하는 ‘쌍끌이식’ 조사가 아닌, 철저히 편법 상속·증여 혐의에만 집중하는 ‘현미경식’ 조사”라며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세금 추징은 물론 적극적으로 고발하겠다”라고 전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 상속·증여 1307건을 조사한 결과 2조8091억원을 추징했으며, 범칙조사 대상자 40명 중 23명을 고발했다.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 상속·증여 세무조사 실적은 2012년 1조8215억원, 2013년 2조3927억원, 2014년 2조6509억원, 2015년 2조6543억원, 2016년 2조8026억원, 2017년 2조8091억원 등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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