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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문가칼럼]② 자아도취에 빠진 대한민국의 리더들

기업문화 패러다임의 변화(2) : 강요에서 존중으로

(조세금융신문=김철영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기업 임원들의 엄청난 착각

몇 년 전 한국의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어느 외국인이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그 책에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겐 낯설게 보였던 권위주의적인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작 군대에서도 버리려고 애쓰는 기존의 군대식 조직문화를, 어찌하여 기업에서는 버리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여전히 리더의 지시와 통제 아래 일사불란하게 직이는 걸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도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리더를 무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일까? 어느 조직이든지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강력하게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버린다. 기업에서는 그런 강박 관념이 ‘임원의 권위’라는 모습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임원의 권위적인 리더십에 대해 직원들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는 100개 기업(대기업31개, 중견기업 69개)의 구성원 4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조직 내에서 리더십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얼마나 큰 지 제대로 나타나 있다.

임원 등 경영진은 스스로의 리더십에 대해 글로벌 기업 대비 최상 수준(상위 25%이내)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경영진을 제외한 모든 계층의 직원들은 경영진의 리더십을 글로벌 최하 수준(하위 25%미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임원들은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자아도취’ 상태에 있었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뒤바뀐 성과 창출의 주체 : 이젠 리더십도 변해야 한다.

 

이 보고서에는 리더십에 대한 20~30대와 50대 이상의 간극도 잘 나타나 있다. 젊은 세대는 자신의 조직이 신뢰와 소통, 그리고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리더들이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혀 ‘일단 시키는 대로 하라’는 권위적인 태도를 보일 뿐이어서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응답했다. 이는 리더들이 혁신을 이끌어 가기보다는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시장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시장의 복잡다변성은 기업에서 성과를 창출하는 주체를 바꿔버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성과 전문가로 불리는 류랑도 박사는 성과 출의 주체가 임원에서 현업 실무자로 변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시장이 공급자인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갔으므로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성과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였다. 반면, 현재는 시장이 수요자인 고객을 중심으로 돌아가므로 고객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현업 실무자가 성과 창출의 핵심이 됐다.

 

이처럼 변화된 환경에서 임원의 통제와 지시는 새로운 성과 창출의 주체로 떠오른 현업 실무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는커녕 꺾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리더십의 방향이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변해야 진정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도 강조한 실무자의 자율성

사실 이러한 주장이 새로운 건 아니다. 수백 년 전 마키아벨리가 ‘로마사론’에서 이미 다룬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고대 로마의 지도자들은 야전 사령관에게 전적인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고대 로마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로마의 지도자들이 모인 원로원에는 전쟁의 달인들이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전투의 현장에 나가 있는 야전 사령관에게 전적인 재량권을 부여했다. 그들은 승리를 향한 현장 지휘관의 열정이 승리의 보증수표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원로원의 백전노장들은 전투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설픈 조언이나 하느니 현장 지휘관을 격려하면서 믿고 맡기는 쪽을 택한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현장 실무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것과 같다. 그 덕분에 로마는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다.

 

반면 마키아벨리 시대의 지도자들은 현장 지휘관이나 장교들에게 대포 하나를 설치하는 문제까지 간섭하려 들었다. 마키아벨리는 그와 같은 방식 때문에 자신의 공화국이 처참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오늘날 우리가 ‘경영’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자칫하면 마키아벨리 시대의 지도자들이 하려 들었던 ‘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 21세기의 리더는 자신이 이룩했던 과거의 성공 경험과, 실무자의 자율성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신뢰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경험을 더 신뢰하고 있다면 이미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하루라도 빨리 자아도취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변화된 경영환경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원인 내 생각만이 옳으며, 모두 내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권위주의적인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골프공은 힘을 빼야 멀리 날아간다. 성과 역시 ‘권위’라는 힘을 빼야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한다. 권위를 내려놓아야 아이디어와 능력이 모이기 시작한다.

 

권위적인 ‘의전’만 내려놓아도 소통의 문이 열린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권위를 내려놓는 것일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리더에게 베풀어지는 ‘의전’들을 포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다. 어느 조직이든지 임원에 대한 의전이 철저할수록 권위적인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의전은 구성원들과 리더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어 열린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적인 조직일수록 의전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 대신 훨씬 핵심적인 일에 집중한다.

 

십여 년 전 나는 지방의 한 공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지역 인사들을 초청하여 행사를 진행하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초청된 인사들 중 몇 명이 회사에서 준비한 의전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상석에 앉겠다고 다툼을 벌였다. 시골인 그 지역에선 나름대로 힘 꽤나 쓴다는 인물들이었지만 스스로 잘 났다고 더 좋은 자리를 요구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반면 잭 웰치가 GE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던 시절, 그가 전세계 GE 임원 4백~5백 명이 모이는 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했다. 이 때 GE 임원들은 어느 하나 자리를 내주지 않고 ‘저 구석에 빈자리가 있다’고 일러주기만 할 뿐이었다.

 

우리의 기준으로 봤을 때 회장의 좌석을 마련해 놓지 않은 GE의 임원이나 직원들은 ‘개념’을 상실한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들은 의전 같이 비본질적인 일에는 아예 신경을 꺼버리는 대신,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문화를 택했다. 이를 위해 회장이 직접 모범을 보이고 있었던 거다.

 

참고로, 잭 웰치가 회의장에서 자리를 찾아 서성거리던 그 무렵 GE 지분의 30% 정도만 팔아도 당시 우리나라의 상장 기업을 모조리 살 수 있었다. 그런 GE를 이끄는 회장도 특권을 포기하는데 우리의 기업 리더들은 어떠한가? 시골 행사에 와서 더 좋은 자리를 달라고 떼를 쓰는 시골 유지들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이제 기업의 임원들은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 실무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프로필] 김 철 영

• 콘텐츠 연구소 ‘사람과 사람 사이’ 대표

•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인사와 노사관계 담당

• 저서 ‘관계를 마시다’ ‘살며 사랑하며 글쓰며(공저)’

• LG그룹,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조직문화와 팀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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