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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3’의 무한반복, ‘뫼비우스 수정’에 담긴 갑질

(조세금융신문=송대영 디자이너, 문병윤 변호사) 기업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완성된 디자인을 위한 중간과정에 해당하는 ‘디자인 시안’의 경우 보통 세 가지로 클라이언트(의뢰주)에게 제출된다.

 

일의 순서를 최대한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디자이너의 제안(A, B, C안) → 발주처의 A안 선택 → A안 발전 후 완성 순이다.

 

일견 합리적이라 생각되겠지만 마지막 3단계에는 하늘의 별만큼 많은 추가업무가 숨어 있다. A안을 선택한 이후에도 A1, A2, A3안 제공 → A3안 선택 →A3-1, A3-2, A3-3안 제공 → A3-1a, A3-1b, A3-1c안 제공 등 각 과정마다 3개의 시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대다수는 이 같은 ‘3의 무한 반복’ 혹은 ‘뫼비우스의 수정’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노력하는 (시각)디자이너라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밤을 새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갑’인 발주사의 담당자들과 ‘을’인 디자이너사가 장시간의 협의를 통해 공들인 결과물이 주변 상황의 변화나 높으신 분의 변덕으로 초기화되는 경우다. 임원이 한 번, 부사장이 한번, 사장이 한 번. 의사결정이 번복될 때마다 모든 논의는 맨땅에서 다시 시작된다.

 

대기업이 국내 디자이너사를 원하는 이유?

수년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A사가 글로벌 디자인 기업 B사에게 브랜드 디자인을 맡겼던 적이 있다. 당시 국내 디자인 업계의 관심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무리한 요구에도 묵묵히 일하던 국내 디자인 기업에 익숙해 있던 A사가 과연 외국기업에도 똑같은 갑질을 할까?

 

두 번째. A사의 갑질이 시작된다면, B사는 어떻게 대응할까?

 

일이 진행되면서 실망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A사의 수많은 변덕에 B사가 묵묵히 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세상 어디서나 디자인 기업은 을이구나’, ‘글로벌 기업도 어쩔 수 없군’ 등의 자조적인 말이 돌았다. 하지만 A사의 프로젝트가 끝나 거리의 간판들이 일괄적으로 교체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통쾌한 반전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성공적인 디자인제작 완료보고 뒤, B사는 변호인단을 통해 일방적 의사결정 번복에 의한 초과업무 부분에 대한 비용청구를 했다. A사는 어쩔 수 없이 막대한 추가금액을 토해냈다고 한다.

 

결국 A사는 애초 계획했던 사업비의 2~3배를 B사에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디자인 기업에게 일격을 맞은 A사는 이후에 어떻게 했을까? A기업의 일들은 다시 국내 디자인기업들에게 일들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왜 국내 디자인 기업들의 용역 계약서에 시안제공 횟수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을까?

왜 장시간의 합의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높으신 분의 갑작스런 심경변화로 바뀌어야만 할까?

왜 갑의 사정으로 바뀐 상황에 대한 책임을 대부분 을이 떠안아야 하고 그에 따른 손해를 당당하고 공정하게 청구하지 못할까?

 

물론 시안 제공 횟수를 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발주처(사)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을 것이다. 설령 찍어주더라도 그 횟수를 지키지 않을 것이다.

 

갑질이 창의직군을 망친다

모든 직종의 모든 업무엔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타 직종과 다르게 결과물을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창의직군의 종사자들은 특히 더 많은 정신적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에게 남을 직업들은 대부분 창의직군에 속해있다. 하지만 사람값이 가장 싼 대한민국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3이 무한이 되는’ 기적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뫼비우스의 수정을 경험해지치거나, 경험치 않고도 이미 알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

들은 창의직군 대신 공‘ 시생’의 길을 택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미래의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어렵다. 난 일개 ‘병(丙)’일 뿐이니까.

 

[프로필] 송 대 영
• 다수의 공공 브랜딩/캠페인을 총괄한 디자이너. 현재는 유브레인커뮤니케이션즈와 디자인스튜디오A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문변의 법률 솔루션]

먼저 계약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인 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크게 두 가지 형태의 계약으로 이루어집니다.

 

발주자(고객, 도급인)와 수급사업자(대형 디자인 기업, 수급인) 사이의 ‘원계약(도급계약)’, 그리고 수급사업자(대형 디자인 기업, 원사업자)와 하수급업자(소형 디자인 기업 또는 개인 프리랜서)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그것입니다.

 

하도급계약에 대해서는 양당사자의 갑을관계를 인정하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하수급업자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습니다(일방적인 계약변경, 대금감액 등의 금지).

 

그러나 원도급계약은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일방에게 유리하도록 할 수 없습니다(계약자유의 원칙).

 

디자인 산업은 특수성을 인정하여 「디자인보호법」, 「산업디자인 진흥법」,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이 있지만, 권리침해를 구제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계약에 관여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결국, 원도급계약에서 권리보호는 당사자가 맺은 약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 때 가장 강력한 보호막은 ‘계약서의 문구’입니다.

 

즉, 계약범위를 얼마나 세세하게 적어놓았느냐에 따라 무엇이 추가되는 업무인지를 판단할 수 있고, 금액기준을 얼마나 세밀하게 정해놓았느냐에 따라 추가되는 금액도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B사의 승리는 법률이 아닌 계약서의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방패는 이미 계약서 작성시에 가동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정량적인 산출이 어려운 디자인과 같은 분야에 더욱 적합한 표현이자 진실입니다.

 


[프로필] 문 병 윤
• 법률사무소 수영 대표변호사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사시 54회(사법연수원 44기)
• 국회 보건복지위 행정안전위 비서관
•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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