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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미중 무역전쟁 최종 승자는?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두 명의 공범자가 체포되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자백을 받아 범죄를 입증할 요량으로 각각 독방에 수감시킨다. 경찰은 수감된 두 범죄자에게 같은 제안을 한다. 두 명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면 양쪽이 다 6개월만 복역하면 끝난다.

 

그렇지만 둘 다 자백하게 된다면 모두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어느 한 쪽만 자백하고, 다른 한 쪽은 묵비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솔직히 털어 놓은 자는 풀려나고 그렇지 않는 자는 징역 10년을 살아야 한다.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공범자 모두는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알 수 있지만 상대의 마음과 상태는 알 수 없지 않은가? 내가 말한다면 운 좋으면 완전 풀려날 수도 있고, 아니면 적어도 10년이 아닌 2년만 살고 나오면 되지 않겠는가? 결과적으로 경찰의 제안에 공범자는 모두 자백을 하게 될 유인이 높아지는 것이다.

 

즉,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만을 선택할 경우 가장 좋은 결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게임이론이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이다.

 

그렇지만 인생은 일회적인 관계로 끝나지 않는다. 리그전과 같이 이어지는 인생(국가도 마찬가지다)의 게임에서는 죄수의 딜레마에서처럼 적어도 최악의 손해는 보지 않는 배반과 배신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식이 가장 좋은 선택과 해결 방법일까.

 

게임이론 Tit for Tat의 적용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 1943~)라는 미국의 정치학자는 『협력의 진화(The Evolution of Cooperation)』라는 저서에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게임을 컴퓨터토너먼트 형식으로 14명의 전문가들이 각각 만든 해답을 찾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반복하여 경쟁을 붙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팃포탯(Tit for Tat)’, 즉 ‘맞대응(동일 반응 선택)’이 최상의 전략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특이한 점은 팃포탯은 상대보다 한 번도 더 나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종적인 누적점수로는 최고의 점수를 획득했다. 모든 상대방으로부터 협력을 선택하게끔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얼개는 결국 배반은 반드시 응징당하고 협력은 반드시 보상받는 걸 알게 하여 모든 상대로부터 협력을 이끌게 하는 것이 주였다.

 

최상의 해법인 ‘팃포텟’의 시나리오는 “처음에는 협력한다.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이 그 전에 행동한 대로 따라서 한다.”는 두개의 간단한 규칙으로 구성된다.

 

팃포텟은 ①인정 많음(먼저 배반자가 되지 않음), ②분개(상대방이 배반하면 따라서 배반함으로써 응징함), ③관대(상대방이 배반한 적이 있더라도 다시 협력하면 따라 협력함으로써 협조 분위기를 복원시킴)으로 이루어진다. 즉, 서로를 신뢰하되 한쪽이 배신하면 반드시 응징하고, 상대가 반성하면 용서해 준다는 단순한 논리다.

 

우리나라 속담으로 보자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시작된 여러 나라와의 불협화음이 최근 들어서는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말싸움만 있던 것이 지난 4월 미국이 먼저 중국이 공들여 발전시키고자하는 미래산업, 로봇과 항공이 포함된 500억 달러 규모의 1300개 품목에 대해 25%의 고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이튿날 트럼프 지지층의 핵심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두와 자동차를 포함한 (미국과 동일한) 500억 달러 규모의 106개 품목에 대해서 (미국과 동일한) 25%의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짐짓 서로에게 자상(刺傷)이 될 거라 생각했는지 협상의사를 표명하다 이내 다시 입장을 바꿔 트럼프는 미무역대표부 USTR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관세를 지시했다. 중국도 이에 지지 않고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명단을 발표하면 즉시 강력한 반격을 가하겠다고 응수했다.

 

2000억 달러 규모 관세부과 위협에 대해 중국이 600억 달러어치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무역 보복이 무한 반복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중간의 무역전쟁 게임에서 ‘맞대응(tit-for-tat)’식 전략을 둘 다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이론대로 어느 하나가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상대방은 무릎을 꿇어야 하고 이긴 누군가는 이를 포용하여 협력하는 식이어야 한다.

 

그럼 누가 먼저 무릎을 꿇는 치욕을 맛볼까. 지금까지는 미국의 완승으로 보인다.

 

무역전쟁 이후 중국의 위안화의 가치는 가파르게 떨어졌다.1) 또한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율의 상향 부과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생산을 줄이게 되고 중국 내 기업에는 대단히 큰 압박으로 작용하여 특정 품목을 다루는 기업에는 부도의 위험까지 내몰릴지 모른다. 이러한 현상의 전단계로 인건비 축소와 해고가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물가 상승과 함께 임금노동자의 실질소득 하락, 실업위험 확대, 가계 소비지출 축소, 가계 자산 위축을 초래2)할 것이라는 중국 매체의 전언은 그만큼 현재의 자국 상황이 얼마만큼 위기에 봉착했는지 눈치 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에도 마찬가지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 우량주를 모은 CSI 300 지수는 3월 22일 4,020.34에서 지난 10일엔3,405.02까지 15.31%나 떨어졌다.3) 중국의 경제전문가인 쉬이미아오는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칼럼에서 패배를 인정하자고 촉구하기까지 이르렀다.

 

1)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역외현물시장에서 지난 3월 22일 6.33위안이던 것이 8월 10일

6.86위안으로 8.34% 치솟았다.

2) 출처 : 환구망

3) 출처 : 블룸버그 통신(11일자)

 

반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같은 기간 2,588.26에서 2,853.58로 10.25% 대폭 상승했다.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은 2014년 이후 최고인 4.1%를 기록했다. 과열위험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에 있어서도 이미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이 와 있다. 4개월 간의 중국과의 무역전쟁 결과 극명하게 갈라진 양국의 현주소다.

 

애초부터 이 게임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미국이 꺼내든 2000억 달러의 추가 관세 규모에 비해 600억달러는 누가 생각해도 너무 작다. ‘Tit for Tat’식이라면 중국도 2000억 달러 규모로 대응하여야 하는데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금액은 5500억 달러에 달하지만, 반대로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금액은 1300억 달러에 그치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수치가 1300억 달러라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쏠 총알이 충분히 남아 있는데 중국은 이미 다 써 보여줄 패가 없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선거에 의해서 권력을 잡는 민주주의제도를 채택한 대표적 국가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A‘ MERICA FIRST’의 기치로 당선되고 일관되게 강력한 대외정책을 펼치는데 있어 그 긍정적 결과가 나와야 연속하여 집권할 수 있는 구조이므로 적어도 중간선거까지는 이러한 결과가 계속 나와줘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의 소속정당인 공화당을 전통적으로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츠(red states)’에 대해서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 상공회의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모든 산업 분야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총 390억달러(약 43조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또한 이러한 보조금 지급은 중간에 그만두기 어렵고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에 반해 시진핑의 중국은 권위주의적 독재체제와 다름없는 국가다. 자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밀어 붙일 수 있다. 언론도 학자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그밖에도 우리가 사드를 통해 경험한 바 있지만 중국 내 미국기업들을 여러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괴롭힐 수도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단기전은 미국, 장기전은 중국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속담에 ‘구경 중에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다. 표면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지만 사실 현재의 경제 구조는 국가간 경계가 없다고 할 정도로 글로벌 가치사슬로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쟁기간의 장단기를 떠나 두 나라와 관련 국가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지금의 사태는 경제적으로 큰 상처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어서 이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프로필] 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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