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_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 버린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詩 감상_양현근 시인
삶이라는 게 늘 어렵기 마련이다.
그러나 밝은 미래가 있고 따뜻한 희망이 있어서
내일은 늘 설레는 법이다.
시인은 해방 되었어도
정파간 갈등으로 하나가 되지 못한 현실에 가슴 아파한다.
그렇지만 아픔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가 될 미래를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과의 아름다운 인연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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