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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細細事情] 국세청장 임기보장은 만병통치약인가

어두운 역사 반복 피하려면 인사제도 개선 동반돼야

'세세사정(細細事情)'은 매우 꼼꼼하고 자세한 일의 형편이나 곡절을 뜻합니다. 조세금융신문 취재기자들이 사회 주요 이슈를 취재해 자유로운 형식으로 써내려가는 꼭지입니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장 2년 단임제가 첫 법안 발의 이후 11년 만에 다시금 논의대상으로 떠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8일 오전 9시부터 조세소위를 열고 국세청장 임기제를 담은 국세청법에 대한 법안심사에 착수했다.  국회는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국세청장 임기제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모두 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국세청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전문가들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국세청장의 불안한 지위 때문에 정권 눈치를 보게 된다고 지적해 왔다. 국세청장에게 2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정치적 간섭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주장이었다.

 

사실 국세청은 과거 정권 선봉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했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군 출신에게 국세청장을 맡겼고, 그들은 철저히 정권의 특임을 수행했다.

 

안무혁 제5대 국세청장은 1987년 대선 당시 안기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후임 성용욱 국세청장에게 기업으로부터 불법대선자금을 거둘 것을 지시했다. 성 국세청장은 한일시멘트 등 11개 기업 대표로부터 54억5000만원을 거둬 안 안기부장에게 전달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세무공무원 출신이 국세청장을 맡은 후에도 악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임채주 10대 국세청장은 1997년 대선 동안 이회창 후보 지원을 위해 대우그룹 등 24개 기업으로부터 166억7000만원을 불법적으로 거둬 선거자금을 조달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세행정개혁TF는 지난해 20일 이명박 정부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의 시발점이 된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 정부에 비판적인 김제동 씨 등 연예인 소속사 세무조사에서 정치적 남용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밀어주는 성형외과의 컨설팅 결과를 좋게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행된 컨설팅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도 의심대상에 포함됐다.

 

2010년 이현동 국세청장은 국정원의 지시와 자금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를 했다는 데이비슨 공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현재 2심에서 재판 진행 중이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국세청장의 임기보장이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심재철 의원실 관계자는 “정권은 국세청을 늘 손아귀에 두고 싶어 했다”라며 “독자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개입’ 끊었더니 이번엔 ‘개인 비리’

 

일부 민간 전문가들은 국세청장 임기 보장이 만병통치약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 이후 정부는 국세청장 자리를 군에서 분리해 내부 세무공무원 출신에게 내줬다. 국세청에서 ‘외부 정치’를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엔 국세청장 ‘개인 비리’가 문제였다.

 

안정남 12대 국세청장은 건설교통부 장관으로 승진 직후 부동산 투기와 뇌물수수 등으로 장관 임명 23일 만에 자진 퇴임의 길을 걸었다.

 

손영래 13대 국세청장은 2002년 썬앤문그룹 세무조사 특혜사건 등으로 수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이주상 15대 국세청장은 프라임그룹 대우건설 인수 청탁과 관련돼 수십억원 대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

 

전군표 16대 국세청장은 당시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거액의 뇌물과 함께 인사청탁을 받았다가 현직에서 바로 구속됐다.

 

국세청장이 이같은 정치적, 개인적 비리에 연루되기 쉬운 이유는 재벌부터 하루벌이 소시민까지의 소득과 지출을 손금보듯 들여다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권한의 집중이 낳는 부정부패는 멀리 갈 것도 없이 검찰과 경찰 등 임기를 보장받는 사정기관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국세청장 임기제, 전제 조건은 외부공모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단순히 국세청장 임기제로의 전환만으로는 국세청의 정치적 개입, 국세청장의 개인비리와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단순히 임기제만 도입되면, 국세청장에 오르기 위한 세무공무원의 각종 부패와 공작, 또 국세청장 취임 후 보답을 하기 위한 또 다른 비위행위의 고리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세청장 임기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세청 독립성이란 목적을 달성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안 교수는 “우선 외부공모제를 도입해 민간인이나 타 부처 경력자에게도 문을 열고, 투명하게 선정절차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며 “세무공무원은 퇴직자에게 자격을 주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공모에 지원할 수 있게 해야 세무공무원이 국세청장 승진을 위해 내외부에 정치적 고리를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납세자의 권리를 잘 보호할 수 있도록 충분한 법학적, 회계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승진 위한 그들만의 경주, 쥐어짜기식 세무조사

 

외부공모제를 통해 세무조사에서 ‘외부 정치’를 배제해도 여전히 쥐어짜기식 세무조사 문제가 남아 있다.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국세청 간부들의 세무조사 추징실적 경주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무리한 세무조사가 발생하는 원인은 징수 실적에 따라 인사고과를 매기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절차 준수 여부를 인사에 반영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추징실적은 중요한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세무조사까지 추가된 실적으로 승진한 후 자신이 과세한 건이 부실과세로 판정나도 나 몰라라 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사고과 징수실적을 배제할 경우에 대해서는 국세청에도 다수의 대안이 있다. 그러나 과세 후 조세불복에 대한 패소율로 매기자는 안의 경우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금액이 큰 불복사건의 경우 대재산가, 대기업들은 압도적인 금액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하는데 이에 대한 국세청의 예산은 매우 부족하다. 세무공무원이 황당한 실수로 과세한 건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는 있지만, 힘이 부족해 패소한 건마저 인사에 반영하면, 큰 사건일수록 소극과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교수는 직원 인사고과를 세무조사 추징금액에서 독립시키되 성실납세자 권리보호와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엄정과세란 원칙에서 승진제도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세무조사를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데 인사고과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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