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詩가 있는 아침]내가 백석이 되어

시인 이생진, 낭송 채수덕, 영상 야생화

 

내가 백석이 되어_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꺾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 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부처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까치는 내가 온다고 반기며 자야에게 달려갔고

나는 극락전 마당 모래를 밟으며 갔다

눈 오는 날 재로 뿌려달라던 흰 유언을 밟고 갔다

 

참나무 밑에서 달을 보던 자야가 나를 반겼다

느타나무 밑은 대낮인데

참나무 밑은 우리 둘만의 밤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울었다

죽어서 만나는 설움이 무슨 기쁨이냐고 울었다

한참 울다 보니

그것은 장발張勃*이 그려놓고 간 그녀의 스무 살 때 치마였다

나는 찔레꽃을 그녀의 치마에 내려놓고 울었다

죽어서도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손수건으로

닦지 못하고 울었다

 

나는 말을 못했다

찾아오라던 그녀의 집을 죽은 뒤에 찾아와서도

말을 못했다

찔레꽃 향기처럼 속이 타 들어갔다는 말을 못했다

 

*장발(1901~2001) : 서양화가.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을 지냈으며, 대표작으로는 김대건 신부상, 명동성당 계단 벽화 등이 있다. 그는 자야의 20세 때 모습을 초상화로 그렸다.

 

[시인] 이 생 진

 1929년 충남 서산 출생

1969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으로 『그리운 바다 城山浦』 『거문도』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 『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

『반 고흐, ‘너도 미쳐라’』 『산에 오는 이유』 『어머니의 숨비소리』

『오름에서 만난 제주』 『섬 사람들』 등 다수

1996년 윤동주 문학상 수상

2002년 상화(尙火)시인상 수상

 

[詩 감상] 양 현 근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 김영한

백석은 이백의 시 <자야오가(子夜吳歌)>에서 이름을 따서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다.

백석은 시를 좋아하는 영어선생님이었고

자야는 기생이었으나 함흥에서의 운명적 만남 이후 둘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둘은 서울 청진동에서 살림을 차렸지만,

냉정한 현실은 둘의 사랑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기생과의 동거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백석 부모의 강요에 의해

백석은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가 정한 여자와 강제로 혼인을 하지만

자야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부모에 대한 효 사이에서 무척 괴로워했다.

이후 현실도피를 위하여 만주로 떠나는데, 그것이 자야와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북한에 정착하여 1988년 해금되기 전까지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완전히 잊혀진 인물이 되고 만다.

남한에 남은 자야는 이후 돈을 많이 벌어 대원각을 소유하게 되었으나

백석을 평생 잊지 못하였으며, 백석을 기리는 마음으로

대원각 부지 7천평을 법정스님이 속한 송광사에 기부하여

오늘날의 길상사가 되었다.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욕망과 거짓이 지배하는 시대에

시대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이 가슴을 울린다.

 

[낭송가] 채 수 덕

시인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김영랑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대상

예천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대상 등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인터뷰]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 권역별 회원 교육에 초점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임채수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지난해 6월 총회 선임으로 회장직을 맡은 후 이제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 회장은 회원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방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서울 전역을 권역별로 구분해 인근 지역세무사회를 묶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회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 6월에 치러질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이전에 관련 규정 개정으로 임기를 조정해 본회인 한국세무사회는 물론 다른 모든 지방세무사회와 임기를 맞춰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물론 임원의 임기 조정을 위해서는 규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임기 조정이라는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다. 임채수 회장을 만나 지난 임기 중의 성과와 함께 앞으로 서울지방세무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Q. 회장님께서 국세청과 세무사로서의 길을 걸어오셨고 지난 1년 동안 서울지방세무사회장으로서 활약하셨는데 지금까지 삶의 여정을 소개해 주시죠. A. 저는 1957년에 경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그랬듯이 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때의 배고픈 기억에 지금도 밥을 남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