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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슈체크] 로비? 혹은 언론플레이? 우수 세무공무원 해외연수 논란

서울시의회, 감독권한 두고 샅바 싸움…지방세연구원 독립성 훼손 우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근 서울시 세무공무원들이 지방세연구원의 해외연수프로그램을 활용해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을 두고 상납형 로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로비의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서울시의회 측이 균형을 유지해야 할 지방세연구원 측에 일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모 일간지는 ‘출연기관 돈으로 해외연수 다닌 서울시 세무공무원’  기사를 보도하며 서울시와 지방세연구원이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지방세연구원은 전국 243개 지자체가 십시일반으로 지원한 돈으로 운영되는데, 이중 가장 많은 돈을 지원하는 서울시를 위해 1인당 200~400여만원의 예산을 써가며 연간 4~5명의 직원을 해외연수시켰다는 데 근거한 보도였다. 

 

이 보도는 앞선 11월 6일 김경우 서울시의원의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지방세연구원이 선심성 예산을 집행해 불법 로비수단으로 해외여행을 악용하는 것이 의심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서울시, 재량권·영향력 전무

 

하지만 서울시와 지방세연구원의 관계는 로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구조다. 로비가 성립하려면, 특정한 재량권으로 타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방세연구원에 어떠한 재량권도,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서울시와 각 지자체가 지방세연구원에 매년 운영자금을 대주기는 하지만, 법에 의해 각 지자체가 거둔 세금의 정확히 0.0015%만 주게 돼 있다.

 

특정한 지자체가 마음대로 주는 돈을 깎거나 늘릴 수 없을 뿐더러, 서울시만 주는 게 아니라 242개 다른 지자체에서도 돈을 준다.

 

다만, 주기 전에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그 예산심의권한은 지자체 의회에 있다.

 

김경우 서울시의원의 주장대로 지방세연구원이 로비를 하려면, 아무런 권한이 없는 서울시가 아니라 예산심의권이 있는 서울시의회 의원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세연구원은 시의회 의원에게 해준 게 없다.

 

게다가 지방세연구원에 보내준 돈에 대해 서울시는 관리감독할 권한도 없다.

 

서울시 재무국 관계자는 “법에 의해 매년 일정금액을 보낼 뿐 서울시가 지방세연구원에 행사할 재량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익위 “법 위반 소지 없다”

 

지방세연구원의 해외연수 프로그램 운영 역시 서울시만을 위한 특혜라고 볼 근거가 매우 미약하다.

 

지방세연구원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고위공무원들이 아닌 일반 세무직렬 직원 중 지자체 내부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직원들이 ‘우수’하긴 하지만, 서울시를 좌지우지할 인물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서울시만 해외연수 보내 주는 것도 아니다. 지방세연구원은 전국 지자체 세무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원배정은 해당 지자체의 세입규모, 지자체 내 세무부서 직원의 수를 비례해 배정한다.

 

다만, 예산 문제로 정률적 배정을 하지는 못한다. 올해 세종시에서 1명을 해외연수 보냈다. 서울시는 세종시보다 세입은 100배 이상, 세무공무원 수는 8배 이상이지만, 보낸 직원 수는 5명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세입규모, 세무공무원 수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인원이 선발되는 것이다.

 

정부의 다른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비해 연수목적, 운영방식이 크게 다르지도 않다. 지방세연구원 해외연수를 다녀 온 직원은 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 감독을 받는다.

 

취지 역시 크게 문제될 소지가 보이지 않는다.

 

세무직렬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면서도 매년 세법이 바뀌고, 지방세의 독립세화로 앞으로 더 다양화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각 지자체는 해외에서 지방자치가 잘된 사례를 롤모델로 수집해  논의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세연구원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답변한 바 있다.

 

지방세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은 지방세 세무공무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수단"이라며 “앞으로 일정 자격을 갖추고, 우수 기획서를 낸 공무원들에게 연수를 주는 공모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전했다.

 

돈 냈는데 왜 손 못 대?

 

그렇다면 김 서울시의원은 왜 지방세연구원의 해외연수를 ‘로비’ 의혹을 제기한 것일까.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김 시의원의 지적이 ‘로비’보다는 큰 테두리에서 관리감독권한과 연계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가 지방세연구원 재정의 20%를 담당하고 있지만, 서울시나 서울시의회에서는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서울시의회가 예산심의권을 갖고 있다지만, 법령에 의해 서울시 세금수입의 0.0015%를 고정적으로 주는 것이라서 재량권이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따라서 지방세연구원이 방만하게 예산을 쓰지 않도록 지자체들이 관리감독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시의원의 의도란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지방세연구원 설립취지에 정면으로 대치된다.

 

지방세연구원은 전국 지자체들의 균형 있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방정부가 쓰는 돈은 전체 국가예산의 60%인데 예산재량권은 20%에 불과한 ‘괴리’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운영자금은 각 지자체가 각출하는 방식으로 하면서도, 지자체가 지방세연구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했다. 세금에 따라 세율을 잘못 조정하면, 사람 많고 힘센 지자체로 혜택이 쏠리고,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가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연금을 0.0015%의 정률지원으로 제한했고, 총체적인 관리감독책임을 행정안전부에 두었다.

 

설립 목적 중 하나가 독립적, 공정한 운영이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관리감독권한을 갖고 있다지만, 지방세연구원 이사회 구성을 보면, 행안부가 운영을 주도한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12명의 이사 중 행안부 소속 인원은 1명이며, 지자체 소속은 8명이다. 감사 2명 중 1명도 지자체 소속이고 통상 기관장인 이사장 자리도 지자체에서 선출한 사람이 맡는다.

 

지방세연구원이 수행하는 전체 연구과제의 60~70%도 지자체가 의뢰한 건이며, 행안부 위탁연구는 10~20%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울시 등 출연금이 큰 지자체에 지방세연구원의 운영·예산감사권이 넘어가면 독립적 운영이 유지될지 미지수다.

 

김홍환 지방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200여개 지자체에 다 관리감독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방세연구원의 독립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한 김경우 서울시의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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