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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덜 버는 사람이 더 낸다?' 보유세의 오해

지난 2월 한 학술대회에서 '보유세는 돈을 덜 버는 사람이 더 내는 세금'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연 보유세는 역진적일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파헤쳐봤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보유세가 비판받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 소득이 적은 사람이 더 내는 세금이라는 점과 소득양극화를 줄이는 데 별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명호 홍익대 교수는 지난 2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밝힌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의 소득재분배 효과에 대한 분석’ 연구를 통해 “통상 세금은 더 버는 사람이 더 세율이 높은 누진 구조로 짜여지는데, 보유세는 거꾸로 구조다”라고 결론 내렸다. 보유세가 역진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연구결과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7월 국회 예산정책처 의뢰로 ‘주택보유자의 특성 및 부동산 과세 합리화 방안’을 연구한 최충익 강원대 교수 연구팀은 다주택자까지 포함해 연 소득에서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했다.

 

 

종부세는 최상위 2%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내는 세금이지만, 재산세는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는 세금이다.

 

그 결과 소득 1분위(하위)는 자기 연 소득의 1.645%를 재산세로 냈지만, 소득 5분위(상위) 사람들은 연 소득의 0.463%만 재산세로 부담했다. 최상위와 최하위 간 재산세 부담 격차는 약 3.6배로, 종부세보다 격차가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역시 소득하위 분위의 세금 부담이 소득상위 분위보다 컸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고령가구 때문이다.

정부 재정패널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종부세 납세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63.5%로 압도적이었다. 50대는 26.9%, 40대 이하는 9.6%에 불과했다.

 

그런데 주택보유가구 내 연령별 가구소득은 30대 6132만원, 40대 6607만원, 50대 7484만원으로 점점 상승하다 60대 이상에서 3873만원으로 반토막났다. 소득 적은 사람이 부자보다 보유세 부담이 높은 것은 사실인 셈이다.

 

양극화 해소 기능도 미미

 

정부는 세금을 통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 소득격차를 줄인다. 세금이 소득재분배에 잘 기여하면 지니계수 개선폭이 커진다.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의 값으로 표시되며,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불균형도가 낮고 1에 가까울수록 불균형도가 높은 것을 나타낸다.

국가지표체계에 따르면, 2016년 정부가 걷은 총 조세(내국세+지방세)의 지니계수 개선효과는 0.047. 박명호 교수 연구결과,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보유세 제도가 유발하는 지니계수 개선효과는 0.00029로 전체 세금을 통한 지니계수 개선효과의 0.62%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의 9·13 대책 적용 후 지니계수 개선효과는 0.00031로 박근혜 정부보다 0.04% 추가 개선하는 데 그쳤다.

 

박명호 교수는 “보유세로 인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라며 “은퇴로 소득이 없는 노령가구 증가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월세보다 적은 재산세

 

그렇다면 내 집을 갖고 있는 은퇴 고령층에게 보유세는 가혹한 것일까? <표4>, <표5>는 최충익 교수 연구팀이 확인한 주택보유가구의 가구소득과 자산분위별 비교다.

 

 

 

주택보유자, 미보유자 가구소득은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재산 차이는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1분위라도 집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재산이 6배나 많았고, 5분위에서는 2.4배나 높았다.

 

특히 주택을 보유한 1분위의 재산은 주택 미보유 4분위보다 1.6배나 더 많았다. 재산격차가 현격한 반면, 재산세 부담이 크게 높다고 하기 어려웠다.

 

재정패널조사에 따르면, 2016년 1가구 1주택 보유자의 5분위별 재산세 부담은 1분위 12만 7000원, 2분위 16만 8000원, 3분위 20만 8000원, 4분위 25만 2000원, 5분위 45만2000원이었다.

 

1분위라고 해도 재산세 부담은 월 1만 4000원 이하에 불과했다. 월세 사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부담이다.

 

보유세는 자산누진적 세금, 소득누진 아니야

 

소득을 잣대로 보유세의 누진성, 역진성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유세는 집에 매기는 세금이지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는 100억대 자산가라도 연 소득이 500만원이라면, 자산은 3억원이라도 연봉 5000만원 받는 근로자보다 훨씬 낮게 세금이 책정된다.

 

보유세에서 소득은 관계없다. 연소득이 500만원인 사람이 100억원짜리 자산을 보유했다면, 연 소득 5000만원이지만, 3억짜리 집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은 보유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9·13 대책 발표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 중 종부세 대상자가 물어야 하는 보유세(종부세+재산세)부담은 시가 18억원 주택 보유자 503만원, 23억 6000만원 보유자 832만원, 34억원 보유자 1728만원, 50억원 보유자 3478만원, 102억원 보유자 9084만원, 181억원 보유자 2억1065만원이었다.

 

 

박명호 교수는 ‘못 버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낸다’고 지적했지만, 자산크기를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9·13종부세의 경우 18억원 주택보유자는 자기 집 가격의 0.28%, 23억 6000만원 보유자 0.35%, 34억원 보유자 0.5%, 50억원 보유자 0.7%, 102억원 보유자 0.89%, 181억원 보유자 1.16%를 세금으로 내도록 설계됐다. ‘더 가진 사람’이 ‘더 내는 구조’를 지킨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유세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을 기초로 한 세금이며, 특히 종부세는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세금, 자산형평성과 투기수요 억제,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세금이다”라며 “소득양극화 완화가 아닌 자산양극화 완화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전했다.

 

양극화 완화시키기에는 미약한 종부세수

 

기재부의 설명이 맞다고 해도 박명호 교수의 주장대로 소득양극화 완화효과가 미미한 것은 얼핏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금을 낸 만큼 국민에게 환원하는 정도가 약했다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유세는 소득양극화 완화에 이렇다 할 기여를 할만한 세금이 아니다. 보유세란 세금 자체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애초에 보유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이다.

 

국가지표체계 등에 따르면, 2016년 정부 총 조세는 318조1000억원이며, 세금을 통한 지니계수 개선효과는 0.047이었다. 단순계산으로 지니계수 0.001 개선하는 데 세금 6조 7681억원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16년 주택분 보유세는 종부세(3208억원)와 재산세(3조 6183억원)를 합쳐 총 3조 9391억원 정도였다. 주택분 보유세로 개선할 수 있는 지니계수는 0.00058. 계산법 등의 차이로 인해 박명호 교수가 제시한 보유세 양극화 개선효과 0.00029와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워낙 숫자가 작다보니 0.00029나 0.00058이나 큰 개선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총 조세에서 1.2%에 불과한 주택분 보유세로는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9·13 대책으로 발생하는 주택분 종부세 증세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다. 4200억원으로 2016년 총 조세의 0.13%에 불과하다. 지니계수 개선효과는 0.00006정도로 역시 미약했다.

 

애초에 주택분 보유세는 담뱃세보다 작은 세금이다. 서민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2016년 담배 세수는 12조 3761억원. 재산세인 보유세보다 무려 3.1배나 많다.

 

한국의 낮은 보유세부담은 국제적인 수준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OECD는 2017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0%로 OECD 평균 0.91%보다 낮다며, 보유세 인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보유세, 문제는 공시가격

 

최충익 교수는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보유세를 너무 많이 물려서 문제가 아니라 부자에게 너무 적게 물려서 문제라고 말했다. 이 탓에 부자들의 세부담이 소득하위 계층보다 훨씬 낮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최충익 교수는 공시가격을 통한 부자감세를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공시가격이란 정부가 발표하는 해당 부동산의 표준적정가격이다. 세금에서 공시가격이 중요한 것은 세율은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고액주택에 한해서 공시가격을 낮춰주면, 직접적으로 부자들의 보유세를 깎아줄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24일 발표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용산 한남동 단독주택의 가격은 시세가는 34억 5000만원이었지만, 공시가격은 13억원에 불과했다.

 

공시가격의 시가반영률은 37.7%로 내집 시세의 37.7%에만 세금을 물린다는 뜻이다.

더 비싼 주택의 시가반영률은 훨씬 저조했다. 한 마포 서교동 단독주택의 시세가는 71억 3000만원에 달했지만, 시가반영률은 21.4%에 불과했다. 세부담은 내집 시세의 21.4%로 격감했다.

 

반면, 시세가 3억원인 대전 중구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2억원으로 시가반영률은 66.6%였다. 서민주택은 내집 시세가 반영된 세금을 고스란히 냈다.

 

공시가격은 2005년 도입됐다. 기존에는 토지(공시지가)와 건물가격을 더해 세금을 물렸는데, 이 당시 시가반영률이 38%로 너무 낮았다. 그래서 공시가격을 도입했고,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반영률이 70%로 올랐다.

 

하지만 고가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은 50%선에서 머물렀다. 고가 주택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낮은 것은 공시가격을 최근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은 저가주택에 비해 잘 거래되지 않다보니, 5년 전, 10년 전, 심지어 20년 전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 경우 현재 시세가 아니라 20년 전 시세에 맞춰 세금을 내게 된다.

 

지난 3월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분석한 ‘공시가격 도입 전후 고가 단독주택의 평균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비교’를 보면, 땅과 건물을 합친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땅값만 따지는 공시지가보다 평균 7%나 낮았다.

 

땅값은 주변 시세를 참고해 공시지가를 잡는데, 건물가격(공시가격)은 거래가를 기준으로 책정하다 보니 땅 시세에 역행한다는 뜻이다.

 

지난 2월 26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고가1주택자에 한해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국토부도 공시가격, 공시지가 현실화 작업에 착수했다.

 

최충익 교수는 “현재 보유세 체계는 유리지갑이고 한 채 갖고 있고, 조금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에 비해 더 많이 낸다. 그러면 보유세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내는 것이 공정한 시스템 아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박상수 지방세연구원 연구실장도 “한국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부동산 보유세가 부의 편중이나 기회의 균등, 또 내집마련을 위한 가격 안정 측면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고. 이러한 각 기능에 맞춰 세금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내 집 마련의 시간은 돈 벌이와 거꾸로 간다

 

이러한 제반사항에도 저소득 고령은퇴자에게는 보유세 부담이 여전히 소득상위보다 상대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음은 박상수 지방세연구원 연구실장의 말이다.

“집은 어느 날 뚝딱하고 사는 게 아니라 평생소득을 벌어 산다. 다주택자 중에서는 돈이 많은 집 젊은 자녀들도 있지만, 자신만의 힘으로 집을 마련한 1가구 1주택자는 50대 후반 이후가 많다. 생애주기로 보면 은퇴로 소득이 급감하기 직전 소득이 정점에 달한 상황에서 고액자산인 내 집을 마련한다. 이건 외국도 마찬가지다.”

 

집을 살 만한 연령대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50~60대인데, 이 시기부터 은퇴로 소득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을 고려해 보유세를 낮춰야 한다면, 어느 나라에서도 보유세를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자산형성시점이 주로 소득이 줄어드는 장년층이지만, 18억원대 주택보유자를 저소득층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민간연구에 따르면,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가 두 배 더 크다며 종부세의 역할은 자산격차 완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퇴고령층을 고려한 세금혜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수 연구실장과 최충익 교수는 저소득 고령층에 대해 1년 정도 단기간 세금납부를 미룰 수 있는 지원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9·13 대책을 낼 때 장기보유공제 한도를 올리고 분납기간도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며 “보유세가 거주의 자유를 침해하겠다는 취지는 아니기에 은퇴고령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하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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