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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주년 기획 / 국세청 개혁 어디까지 왔나 ①] '공재불사(功在不舍)' 칼 뽑은 국세청, 정치적 세무조사 근절해야 (上)

정권 의지보다 시스템 우선해야 ‘지속가능’

국세청은 지난 3월 13일 국세행정 개혁TF가 제시한 50개 과제 중 41개 과제를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부정한 관행과 권한남용, 무사안일주의와 편의주의행정 등 잘못된 과거와의 결별에 대한 개혁이었다. 하지만 모든 과제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의 개혁과제 중 아직 완료되지 않은 중장기 과제와 그 해결방안을 총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확인된 것에 대해서는 국세행정을 책임지는 국세청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의 신뢰가 손상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2017년 11월 22일 한승희 국세청장 대국민 발표).”

 

2017년 11월 22일은 국세청으로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53년 국세청 역사에서 뇌물을 받아 현직에서 쫓겨나는 국세청장조차 고개를 숙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날 현직 국세청장은 과거사에 대해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간 의혹으로 제기됐던 정치적 세무조사가 사실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1980년대 군사정권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세무조사를 진행해 경영진을 구속시키거나 그룹을 공중분해 시키는 일도 있었다. 참여정부 이후 들어선 새로운 정권들도 국세청 개혁을 내세웠지만 결국은 새로운 이름이 세무조사 명부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국세청은 정치적 세무조사는 없을 것이며, 재발을 방지할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3일에는 한승희 국세청장은 세무조사 운영에 대한 견제·감독, 교차세무조사 공정성 방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치적 세무조사의 종식이었다.

 

국세청 손에 놓인 세무조사 견제자들

 

‘납세 의무’는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받을 돈이 있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납세 의무보다 앞서는 말이 ‘대표 없이 세금 없다’다. 세금은 국민이 국가 권력에 지분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며, 선거권과 법치주의의 뿌리가 된다.

 

세무조사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세금을 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확인하는 행위이며, 탈세했다는 확실한 근거 없이는 납세자를 성실하다고 추정해야 한다.

 

이는 세무조사에 대한 국제적 규범인 OECD 납세자의 권리와 의무 보고서(Taxpayer’s Rights and Obligations, 1990)의 첫 번째 원칙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지방국세청 조사국도 세무조사와 관련 독립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전반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하지만, 개별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지방국세청 조사국 소관으로 돌려놓고 있다.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도, 국세청장도 개입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적 세무조사는 세무조사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①권력자들이 ②자신들의 정치적 편향만으로 ③탈세를 했다는 근거 없이 ④국민을 ‘표적’으로 삼아 ⑤탄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별세무조사는 정치적 의도를 합법으로 세탁하는 데 활용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탈세 증거가 발견됐을 경우, 지방국세청은 경찰 수사처럼 불시에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조사부터 해놓고 나중에 증거 확보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서울청 조사4국에서 근무했던 A씨도 이같은 경험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간혹 이런 업체를 왜 조사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조사라고 나가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문제 될 게 없다. 조사부터 하고 나중에 증거를 찾는 식이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윗선’의 지시라는 의심이 들었다.”

 

정치적 세무조사의 흔적은 한국 세정사(稅政史)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최순실 단골 성형외과에게 유리한 컨설팅 결과를 내놓지 않았던 대원어드바이저는 2015년 회사 일가 전체가, ‘아고라’라는 인터넷 공론장을 제공한 다음카카오는 2008년 광우병 사태, 2014년 세월호 사태,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특별세무조사 도마 위에 올라야 했다.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과 가족, 측근, 지지자, 단골 병원·음식점까지도 특별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법으로 보장된 지방국세청 조사국의 세무조사 독립성은 무시됐고, 그 너머로 대통령·청와대 수석·국세청장 등이 암약했다는 정황이 하나둘 언론을 통해 포착됐다.

 

2017년 10월 27일 뉴스타파는 최순실 측근의 압력을 받은 안종범 경제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이 논의를 통해 대원어드바이저 세무조사 착수지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고, 2009년 3월 25일 조선일보는 한상률 국세청장이 정식보고라인인 민정수석을 따돌리고 태광실업 세무조사 내용을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한상률 국세청장의 경우 본인이 직접 세무조사 조직을 구성하려고도 했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지난 2017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8년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은 태광실업이 베트남 투자 자금을 일부를 세탁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었다. 나는 당시 서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하향 인사조치된 상태였는데, 명예회복 기회를 준다며 조사를 맡기려 했다. 내가 베트남 국세청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세원관리국장에게 세무조사를 맡기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다. 이것은 한 청장이 나(안원구 전 대구청장)와의 검찰대질심문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정치적 세무조사는 내부 논리로는 풀 수 없는 문제였다. 외부의 견제장치가 절실했다.

 

첫 시도는 2006년 출범한 조사대상 선정 자문위원회였다. 미국 국세청을 견제하는 감독위원회를 본떠서 만든 민간조직이었다.

 

자문위원회의 ‘견제자’들은 미국 감독위원회처럼 독립된 의회 보고권, 인사권을 갖지는 못했다. 그러나 외부 민간위원회가 세무조사 전반의 선정기준에 대해 폭넓게 자문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기구였다. 이 무렵 법인세 분야 조사선정기준이 매년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는 2년을 버티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조사대상 선정 심의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일반세무조사 선정·제외 기준 심의로 기능을 축소한 탓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들어서 세무조사 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견제자로서 기능이 대폭 강화됐지만, 박근혜 정부조차도 그 강화된 권한이 오히려 위원회를 관에 넣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는 못했다.

 

초대 감독위원장인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나이스 신용평가 등을 거느린 나이스 홀딩스 법인세 취소소송을 맡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세무조사 감독위원장은 업무와 관련한 정보 누설·알선·청탁이 금지된다. 그런데 그 감시자가 감시대상의 법인세 소송을 맡는 격이 됐다. 개혁 바람이 시들해지면서 세무조사 감독위원회 1년 만에 국세행정위원회에 축소, 통합됐다.

 

학계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세무조사 감독위원회는 2006년 조사대상 선정 자문위원회와 더불어 가장 이상적인 견제조직이었다.

 

세무조사감독위원회는 일반세무조사 외에도 특별세무조사의 선정기준, 방식, 절차도 심의할 수 있었다. 위원회 9명 중 외부위원이 5명 하는 식으로 형식적인 위원회 구성이 아니라 절대다수가 외부위원이었다. ‘제대로 된 견제자’라고 불릴 만했다.

 

하지만 조사대상 선정 자문위원회, 세무조사 감독위원회도 가랑잎 돛단배가 될 수 있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설립근거가 법이 아닌 국세청 재량이었기 때문이다. 국세청 마음대로 위원회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왔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2017년 6월 2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재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새 정부의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국세행정 개혁방안’ 연구 발표를 통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감독기구를 만들고, 세무조사 공정성 관련 심의·의결권을 보장해줄 것을 주장했다.

 

국세행정 개혁TF도 2018년 1월 29일 세무조사 선정과 관련된 감독기구인 국세행정개혁위원회의 법제화를 국세청에 제안했다.

 

이러한 요구 때문인지 국세행정개혁위원회의 자문범위는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에서 탈세 의혹에 대한 세무조사인 특별세무조사로 넓어졌다. 아직은 감독이라기보다는 개략적인 현황 보고, 원칙적인 수준의 의견전달을 하는 수준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특별세무조사까지 들여다보게 됐다는 건 큰 발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견제자들은 국세청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

 

국세청은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법제화는 아직 중장기적 검토과제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라며 법제화 관련 어떠한 실무적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나중에 사정이 바뀌면, 국세청은 얼마든지 견제자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

 

정쟁 못 넘는 ‘세무조사 외압방지법’

 

국세행정 개혁TF가 ‘세무조사 외압방지법 신설’을 제안한 것은 반드시 되리라는 목적의식보다는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 차원의 제안이었다.

 

현행법에는 대통령이나 국세청장 등의 개별 세무조사 개입은 국가공무원법상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하지만, 실제 판례로 가면 적용 범위가 극히 좁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개인 상속세 절세를 위해 국세청 파견 직원을 동원했지만,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 그 대표적 예였다. 법조문에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직접적 지시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쓰여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유심증은 최소한도로 축소했다. 정치적 세무조사를 처벌한다는 직접적인 법조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법했다.

 

발 벗고 나선 것은 야당이었다. 박명재,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야당 측 관계자는 “여당의 반대로 안 될 거다. 어떤 정권에서 칼을 놓고 싶겠는가.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관계자는 “심정적으로는 세무조사 외압방지법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누군가가 근거 없는 의혹만으로 선거철에 현직 대통령과 청와대 각료를 검찰 고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중에 무혐의가 드러난다해도 회복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법 취지는 좋지만, 정쟁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너무 크다”라고 전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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