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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비록㊱ ]내가 보아온 국세청, 국세청사람들<Ⅴ>

(조세금융신문=김종규 논설고문 겸 대기자) 경제개발 5개년 사업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조달은 필수였다.세무조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쪽같은 세수를 잘 거두어 제때에 써야하기 때문이다. 세무행정에 압박이 가해지는 숙명 같은 세수행정이다.

 

세무조사인지, 세무사찰인지 도대체가 가려지지 않을 만큼 뒤범벅이 된 때다.

 

그저 재정지출만 앞세워 놓고 과세 극대화 제일주의가 횡행했다. 세수제일주의가 판을 쳤고 인사 평가까지도 세수실적으로 잣대 삼았다. 세수실적 평가주의가 구석구석에서 자리 잡아 나가게 된다.

 

공권력의 하나인 국세청 과세권이 하늘 높은 줄 모를 시기다. 국세청의 과세권 강도에 비해서 납세자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시기였다. 목청을 낮추지 않으면 후한(?)이 두려워서 그럴까. 국세청의 과세행정은 납세자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할 만큼 획일적이고 일방적이었다고 평가해도 과하지가 않은 추계과세 전성시대 그림이다.

 

이철성 전 서울국세청장, 연말세수 비상 마이너스징수 불똥
특히 OB·크라운 맥주 등 주류업체 조상징수 아이디어 짜내 세수목표 달성

 

오정근 전 국세청장 재임 때다. 연말세수가 마이너스 징수실적으로 예상됐다. 비상이 걸린 국세청은 묘안을 찾기에 급급했다. 당시 이철성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기상천외의 아이디어를 짜냈다.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내야할 세금인데, 납기가 도래하기 전에 미리 좀 내면 안 되는 가에 대한 한 수를 캐냈다. 바로, ‘선납징수’ 묘책이다. 이른바 조상징수(繰上徵收)다. 본청 청장의 승인 아래 세무서 현장은 불붙었다.

 

일종의 납기 전 징수라서 간접세 쪽에서 유도하기가 손 쉬었다는 후일담도 있다. 간접세 중에서도 출고과세이면서 매 월납인 주세가 타깃이 됐다. 이 때문에 영등포세무서 관내에 있는 OB맥주와 크라운맥주 등 주류업체의 조상징수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 전 서울국세청장은 연도 말 세수 목표를 어렵게 달성한 후, ‘서울국세청 연말세수 목표달성 축하’의 함성을 간부들과 함께 청사가 터질 듯 외쳤다는 뒷얘기가 찡하다. 세수에 웃고 세수에 울던 당시의 세무공무원들이 살얼음판을 걷다시피 나날을 찌들 듯 복무한 그들의 속마음을 누구인들 짐작이나 하겠느냐?

 

어쨌거나, 세수 채우기식 세무행정이 만연했고, 이 때문에 특히 부과 쪽에서는 과잉세무행정이 밥 먹듯 자행되어져 왔다. 그러다 보니 획일적인 국세행정이 돼버렸고, 이의 센 집행 탓에 억울한 납세의무자를 낳게 만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녕, 지우고 싶은 세무행정 이력인데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실종된 조세정의 때문이라고 못을 박아도 할 말이 없을 지경에 까지 흘러 왔다. 이래저래, 내 세운 세정지표보다는 현장세정이 ‘과잉세정 천국’이 돼 버렸다.

 

세금 신고의 성실도를 담보하기 위한 기능이 세무조사다. 세무조사를 해서 탈루한 세금을 캐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성실하게 신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세무조사의 주요기능이다.

 

실제로 세무조사를 통해서 세금을 추가 징수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국세청이 연간 세무조사를 통해서 이룩한 세금 추징액은 6~7조원 정도라고 한다. 세수 기여도는 미미하지만 그 파급효과는 산술적으로 셈하기가 꽤 어렵다.

 

그런데도 세무조사를 강도 높게 집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세청은 세무조사권이 무기나 다름없다. 모든 소득과 수입 등 재산거래행위에 대한 부과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권력을 갖고 있다. 흔히 얘기하듯 국정원, 검찰 경찰과 더불어 4대 권력기관이라고 불려오고 있는 이유다.

 

국세청은 한 마디로 모든 경제정보를 다 가지고 있다. 기업인들에게는 인신구속보다는 경제적 부과권 즉, 사유재산권에 대한 조세부과가 더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의미가 국세청을 권력기관이라고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국세청의 핵심부서는 조사국이다. 주로 탈세정보를 수집도 하지만 세무조사를 통해서 불성실 신고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을 한다. 불성실신고를 했을 때는 추가로 징수하고 가산세를 부과해서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범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성실신고하면 세무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서 현행 세법상 각종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세무조사에 대한 기업들의 방어적 탈세기법도 무척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 현실이다.

 

국세청의 탈세 추적기법의 기량이 일취월장하고는 있으나 이에 못지않게 기업의 탈세기법도 다양하게 움터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로 제보에 의해 조사대상업체가 선정되는 심층조사는 불시에 집행된다. 최장 5년까지 조사할 수 있다. 조세범처벌법에 해당되기 때문에 고발조치되는 경우가 자주 있게 된다.

 

조사대상자를 수시로 선정하고 예고 없이 조사를 실행하다보니 의도적인 조사권이 발동될 수 있는 폐단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점도 간과하기 힘 든 대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겨냥한 정치적 세무조사로 질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정치보복성 세무조사 있었다는 여론 팽배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이루어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세무조사가 정치권력이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정치적 세무조사를 도맡아 왔다. 청와대의 메시지(?)나 재벌과 주식이동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직제로 보면 서울국세청에 편제되어 있다. 그러나 본청장의 의중에 따라 조사 방향이나 진행 움직임의 행동반경이 결정되어 진다.

 

이 때문에 특히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은 국세청장의 최측근 인물이 차지하게 된다. 이같은 상황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매한가지이다. 참고로 2017년 상반기 본청 및 지방국세청 조사국장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임경구 본청 조사국장(행시36회,경북) ▲김한년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세대1기,경기 ▲임광현 서울국세청 조사2국장(행시38회,충남) ▲노정석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행시38회,서울) ▲유재철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행시36회,경남) ▲김명준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행시37회,전북) ▲정재수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행시39회,경북) ▲김대지 중부국세청 조사2국장(행시36회,경남) ▲김태호 중부국세청 조사3국장(행시38회,경북) ▲이동신 중부국세청 조사4국장(향사36회,충북) ▲양동훈 대전국세청 조사1국장(행시41회, 전남) ▲김광규 대전국세청 조사2국장(세대2기,충남) ▲최정수 대구국세청 조사1국장(공채7급,경북) ▲배창경 대구국세청 조사2국장(공채7급,경북) ▲안홍기 부산국세청 조사1국장(행시39회,경북) ▲오호선 부산국세청 조사2국장(행시39회,경기) ▲문희철 광주국세청 조사1국장(행시38회,전북) ▲김광근 광주국세청 조사2국장(공채7급,전남)이 그들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조사4국을 폐지하고 지하경제 추적조사전담조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까지 한 적이 있을 만큼 폐해 파트로 내친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조사4국은 정치보복성 세무조사가 있어 왔다는 여론이 팽배한 관계로 태풍의 눈이 되어왔다.

 

‘기업이 보는 국세청의 존재’는 비사업자가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능가해
‘기업의 흥망성쇠’를 세무조사의 강도가 좌우할 수 있다’는 심오한 교훈 얻어

 

태광실업, 우리들 병원, 토호세력기업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세무조사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 때는 이 같은 정치적 부작용이 부담으로 작용됐고, 이로 인한 조사4국 폐지론까지 이르게 된 것 아니냐는 평판이 나온 바 있다.

 

굳이 따진다면, 청와대의 메시지라고 해서 모두가 병폐가 아니라는 점이다. 명동 사채업자 조사와 같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조사도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처음 공개한 이후 다섯 번째로 공개한 30명의 2018년 조세포탈범은 2017년 7월 1일부터 2018년 6월 30일까지 조세포탈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들이다. 조세피난처에 차명계좌를 개설했거나 거짓증빙작성은 말할 것도 없고, 무자료·현금거래 등을 통해 소득을 은폐하는 수법을 써온 조세범법자들이다.

 

역시나 실물거래 없는 거짓세금계산서 또는 허위신용카드 매입전표를 수취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사례인 것이다. 국세청의 조세범칙조사인 탈세조사는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관계기관에 고발하는 횟수도 더 많아지고 더 세 진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불성실 신고납부자에 대한 일벌백계의 행정제재라서 이목이 집중된다.

 

"국세청, 털면 먼지 나온다…

유한양행 세무조사 강행
캐도캐도 안나와 조사중지, 철수
성실신고법인 추대 모범 납세자 표창"

 

세무조사와 관련된 얘기라면 ‘유한양행’을 빼놓을 수 없다. 털면 먼지 안 나오겠느냐는 일반통념을 사그리 깨버린 사례여서 주목받아 왔다. 아무리 캐도 나오지 않아서 세무조사팀이 조사를 중지하고 철수하고 말았다. 세무조사 칼날이 기업의 성실신고 장부에 무뎌진 사례다. 훗날 성실법인으로 추대, 모범납세자 표창까지 받았다.

 

서울 성수동 뚝섬근교에 있는 ‘별표전축’ 직원들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운집해 있었다. 국세청 조사팀이 떴다는 정보가 세어나갔나 보다.

 

조사팀이 들이 닥치자, 직원들이 사무실 집기를 닥치는 대로 집어 던졌다. 물러가라는 고함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2층에 있는 현장직원들도 가세, 의자 등 사무실 집기를 아래로 내동댕이쳤다. 한참 동안 아수라장이 됐다. 그렇다고 조사팀이 물러 설 리가 없다. 대치국면은 계속됐다.

 

별표전축 탈세조사는 잘 진행되는지 나는 취재에 들어갔다. 당시 권 국세청 조사국장은 시치미를 땐다. “탈세조사는 무슨 조사냐.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듣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오리발이다. 일반조사인 정기조사도 쉬쉬 하는 때다.

 

항차 탈세조사는 말할 것도 없다. 정치사찰 이미지가 강한 세무사찰이 한참 위력을 떨치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함구 명령이 내려진듯하다.

 

비사업자는 예외겠지만, 세무조사에 대한 사업자의 인식은 매우 까칠하다. 국세청은 매년 세무조사 대상을 새로 선정,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자산규모나 신고성실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5년에 한 번은 조사를 받게 된다. 5년 기준은 조세시효와 연관된 상황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제21대)은 1년에 1만 7000개 법인 정도만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모든 법인을 꼭 5년마다한 번씩 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행정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탐문되어 왔다.

 

1990년대 초 정부와 재계는 대립각을 세웠던 시기였다. 특히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면서 재계도 정치세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정 명예회장의 정계 진출설은 청와대 등 정치권을 불편하게 했다. 정부는 국세청으로 하여금 ‘현대 세무조사 실시 중’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노출시켰고 당시 서영택 국세청장의 악덕 변칙상속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발표는 심기가 불편했던 정치권의 재계에 대한 고삐 조이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과 일가의 주식이동조사로 수백억원대 세금 추징
마침내 현대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분리, 그룹 와해

 

현대는 정 명예회장과 그 일가의 주식이동조사는 물론 국세청으로부터 수 백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현대에 가해진 세무조사 메스는 그룹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고 스스로 세무조사를 자초한 꼴이 됐다.

 

그룹 총수가 대선에 출마, 낙방하는 사태까지 표출되면서 기업자체의 이미지를 흐릴 수밖에 없는 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그룹은 외부적 환경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고 마침내 현대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분리, 그룹 와해라는 불명예를 맛보게 된다.

 

‘기업이 보는 국세청의 존재’는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훨씬 능가한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세무조사의 강도가 좌우할 수도 있다’는 심오한 교훈을 현대를 보면서 또 한 수 배우게 된다.

 

[프로필] 김 종 규

• 조세금융신문 논설고문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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