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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細細事情] 인도네시아 ‘신사’와 국세청장의 외교

'세세사정(細細事情)'은 매우 꼼꼼하고 자세한 일의 형편이나 곡절을 뜻합니다. 조세금융신문 취재기자들이 사회 주요 이슈를 취재해 자유로운 형식으로 써내려가는 꼭지입니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 22일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로버트 팍파한(Robert Pakpahan) 인도네시아 국세청장과 김현준 국세청장의 회동이 있었다.

 

김현준 국세청장의 취임 후 첫 외국 국세청장과의 회의다.

 

 

국세청장의 업무는 국외에도 있다. 개별국 국세청장 회의, 아세안 10개국 연합이나 17개국 아시아 국세청장 회의, OECD 등 여러 경제권역과의 회의가 있다.

 

이를 통해 국세청장은 국제적 세무행정 교류, 개별 국가간 과세권과 이전가격에 대한 조정을 하며, 때로는 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세무상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민원창구로 활동하기도 한다.

 

#1 인도네시아와 조코위 대통령

인도네시아 정권을 잡은 인물은 진보계 정당인 민주항쟁당 소속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나이가 같아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도 불린다. 

 

인도네시아의 정치상황은 매우 복잡한데 이슬람주의 정당, 민주항쟁당, 보수 군부 중심의 그린드라 당 등 독자적 기반을 갖고 있는 다수의 정치세력이 난립해 있다.

 

한국의 80~90년대와 다소 비슷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조코위 정권은 최초로 군부 정권을 무너뜨리고 올라온 첫 문민 정권이다. 조코위 본인도 군인 출신이 아닌 가난한 집안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주지사 등 젊은 행정가로서의 경력을 거쳐 정치경력 10년 만에 민심을 잡았다.

 

 

조코위 대통령의 인기는 경제실적에서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심각한 빈곤율, 특정 지역 중심의 개발 등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연간 5%대의 경제성장률과 빈곤율과 실업률 억제로 아직 민심은 조코위대통령을 신뢰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그러하듯 인도네시아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기 전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고질병이 될 수 있다.

 

로버트 팍파한 인도네시아 국세청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조코위 내각에 발탁된 인물이다.

 

팍파한 국세청장은 나름 준수한 배경에서 성장한 엘리트 금융, 세무 전문가로 미국 노스캐럴라이나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땄다. 금융 분야를 거치다 2011년 공직에 들어왔고, 재무부 고위직 등을 거쳐 2017년 11월 국세청장에 올랐다.

 

그가 국세청장이 된 배경은 재무부에서 탁월한 실무 능력을 선보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있는 행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국세청의 가장 큰 역할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 줄 확고한 세입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명목 GDP로 볼 때 1조 달러가 넘는 상당한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며, 2억6000만명의 인구에서 나오는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그 부가 너무 쏠려 있다 보니 세입기반 확보가 만만치 않고, 의회보고마다 세입목표 달성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코위 대통령의 국토개발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 역시 세입의 힘에 의존하고 있다. 세입은 경제성장의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대사다. 

 

#2 한국과 인도네시아

한국은 물론 어느 나라도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가 내적으로는 여러 난제에 부딪혀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젊은 국가다. 또한 수하르토 군사정부 때 퍼진 부정과 부패와 적극적으로 싸우면서 정치적 사회적 역량이 주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타진된다. 한국에서만 2200여개 기업이 진출했고, 이들을 통해 투자된 돈이 110억달러에 달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이 정도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나 싱가포르 정도다.

 

민주화 경험 때문인지 조코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인도네시아에서 K팝 등 한국대중문물이 인기인 것도 도움이 됐다.

 

세무부문으로 내려오자면, 김현준 국세청장으로서는 팍파한 국세청장과 개별적 교분이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나,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1년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만나며서 교류를 다져왔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한국·인도네시아 국세청간 상호협력·발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통해 비정기회동을 정기회동으로 바꾸었다. 양국의 교역관계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전자세원 측면에서 세계적 위상을 가진 국가이기에 세원투명성, 세원관리에 관심이 많은 국가일수록 한국 세무행정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한국으로서는 해외 진출기업들의 교역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큰 과제다. 국경을 넘나드는 사업인 만큼 자연 이전가격에 예민하게 된다. 과세관할 밖의 일이기에 해당 국가와 섬세한 협력관게와 소통채널 확보가 중요하다.

 

이러한 영역이 강화될수록 국세청의 세무교류, 세무외교의 영역의 비중이 높아지고, 기업들 입장에서도 세금 낸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는 경우가 된다.

 

#3 술자리와 친교

외교에서 친분과 교감은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한다. 외교가 한마디 말, 손짓 하나로 수십, 수백 가지 언어를 전할 수 있기에 신중함과 정교한 계산이 있어야 한다.

 

상대를 대접하는 일도 그러한 영역에 속하는데 외국 국세청장이 한국을 거치든 한국 국세청장이 외국을 거치든 반드시 저녁만찬이 마련된다. 각국의 문화와 입맛이 달라 해당국에서는 사전에 나름의 조율단계를 거친다.

 

김현준 국세청장이 개인으로서는 취임 후 첫 외교 활동인 만큼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한다.

 

팍파한 국세청장이 이슬람교도인 만큼 저녁 만찬 때의 음식을 할랄푸드로 마련한다든가 술도 독한 술보다 격식을 차리기 위한 와인으로 대체하는 등 충분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팍파한 국세청장 본인도 점잖은 인물로서 접대하는 처지에서는 신사로 알려졌기에 서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 자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팍파한 국세청장을 극진히 대접한 것은 그가 인도네시아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장 회의는 덕담으로 시작하고, 끝난다해도 결국은 양국간 이해를 조율하고 서로의 요구사항을 주고 받는 행위가 된다. 

 

외교적 수사의 첫 머리가 항상 상대에 대한 존중으로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존중이 있은 후에 대화가 있는 것처럼, 의전 뒤에 거래가 있는 것이다. 

 

#4 다른 나라의 경우는?

사족이지만, 중국과 베트남은 술에 있어서 인도네시아와 거의 정반대의 문화를 갖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우애와 우호에 있어 술이 큰 의미를 차지한다. 상대의 잔을 받는 것은 상대의 뜻을 알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술을 건넬 줄 알고, 화답할 줄도 알아야 '아는 사람'이 되고, '거래상대'가 되고, '친구'가 된다고 한다.  

 

많이 나누면 나눌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이 통용되는데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외교부 고위관료가 발표를 담당하는 기업대상 간담회에서조차 여전히 술은 중요한 주제다.

 

 

중국, 베트남의 국세청장들은 예부터 주량이 많기로 유명한데, 한국 국세청장도 술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베트남 국세청장들의 내공은 깊이가 사뭇 깊다고 한다.

 

여기서 빛을 발해야 할 인물이 국세청장을 수행하는 본청 국제조세관리관이다. 분위기를 주도하고, 여차하면 흑기사도 되어야 한다. 

 

외교적 수사에서 부분 긍정은 부분 부정을 담고 있기에 긍정할 부분에 대해서는 전체 긍정을 해주는 것. 저녁 자리에서도 한국 국세청의 외교사는 또 다른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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