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대영 디자이너, 문병윤 변호사) 사람들끼리 약속을 하듯 기업 간에도 약속을 한다. 당연히 사람과 기업 사이에도 약속이 있다. 자신이 앞으로 할 업무의 목적, 분야, 규모, 기간 등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대가와 의무를 정하는 것.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계약’의 의미다. 하지만 지금 당장 주변의 디자인, 사진, 영상, 모델 등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인을 붙잡고 물어 보라. 지금하고 있는 일이 계약서 작성 뒤에 시작된 일인지. 아니, 계약서를 써 본적은 있는지, 계약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지. 약자의 성과와 고용주의 버티기 오늘도 대한민국의 창의직군 프리랜서들은 오로지 자신의 정신과 몸을 무기로 숨 가쁜 경쟁사회의 정글을 헤맨다. 게다가 그 중 많은 이가 ‘선노동’, ‘후대가’란 불공정에 시달린다. 굳이 ‘후임금’이 아닌 ‘후대가’로 쓴 이유는, 돈이 아닌 물건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기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중고거래 카페에서 공연티켓을 직거래해 보라. 많은 판매자가 공연기획 종사자로, 임금으로 받은 공연티켓을 현금화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더 고약한 것은 대가를 아예 받질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
(조세금융신문=송대영 디자이너, 문병윤 변호사) 기업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완성된 디자인을 위한 중간과정에 해당하는 ‘디자인 시안’의 경우 보통 세 가지로 클라이언트(의뢰주)에게 제출된다. 일의 순서를 최대한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디자이너의 제안(A, B, C안) → 발주처의 A안 선택 → A안 발전 후 완성 순이다. 일견 합리적이라 생각되겠지만 마지막 3단계에는 하늘의 별만큼 많은 추가업무가 숨어 있다. A안을 선택한 이후에도 A1, A2, A3안 제공 → A3안 선택 →A3-1, A3-2, A3-3안 제공 → A3-1a, A3-1b, A3-1c안 제공 등 각 과정마다 3개의 시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대다수는 이 같은 ‘3의 무한 반복’ 혹은 ‘뫼비우스의 수정’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노력하는 (시각)디자이너라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밤을 새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갑’인 발주사의 담당자들과 ‘을’인 디자이너사가 장시간의 협의를 통해 공들인 결과물이 주변 상황의 변화나 높으신 분의 변덕으로 초기화되는 경우다. 임원이 한 번, 부사
(조세금융신문=송대영 디자이너, 문병윤 변호사) “그거 알아? 삼 대가 저주받아야 (시각)디자이너로 태어나는 거.” 1998년 늦가을, 첫 직장에서 야근 중 을의 처지를 한탄하는 선배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대로다. 갑을관계는 오히려 다양한 직군으로 확산되었고, 오히려 ‘전생에 나라를 팔아서’라는 수식까지 덧붙여졌다. 왜 조상까지 들먹이며 직업을 한탄하게 되었을까? 공익광고가 홍보하는 수많은 복지정책과 법률을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효과가 없다고 느낄까? 공정한 사회는 어디로 갔을까? 이 나라의 서글픈 업무환경의 민낯은 특히 창의적인 직업군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저도 돈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연간 수백 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던,홍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하던 공룡기업 A사가 지난해 무너졌다. 그 여파로 수많은하청기업과 프리랜서들이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2016년 말 A사의 채권단 회의 참석 요청이 왔을 때 ‘X 밟은 셈 치고 지나가자’는 생각이 앞섰다. 미수금이 그리 많지 않았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가 겹치면서 참석하게 됐다. 회의에 나온 채권자들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