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한동훈, 식재료 등 부가세 5% 한시 감세…재정적자 발표도 못하면서 어떻게?

2024.03.28 17:38:22

기재위 전문위원, 감세하면 판매자‧고소득층 수혜…물가 부담 커질 수 있어
재정수지 관리 실패 우려 점증…감세 공약, 재정 악화 안 한다는 보장 있나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동대문구 유세현장에서 식료품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인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것이 효과가 있을지 가능할지 미지수다.

 

이날 한 비대위원장은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절반 인하할 것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라며 “필요하면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등’을 사용해 범위를 모호하게 말하긴 했지만, 서민과 식음료 자영업자를 겨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민 생활 밀접 분야는 보통 치킨과 커피 등 식음료 자영업자를 말하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가공식품은 생활 영위 및 식음료점 운영에 필수적이다(참고, 24.3.28 공정위 보도자료, 치킨·커피 등 국민 생활 밀접분야 가맹 신고사건 신속·집중처리).

 

문제는 부가가치세를 내리면 가격이 내리느냐다.

 

부가가치세는 최종소비자가 내지만, 일일이 서민들이 부가가치세 신고를 할 수 없으므로 판매자가 가격에 붙여 판매하고 판매자가 낸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인하 효과를 보려면 정부가 부가가치세 5%를 내리는 품목을 파는 모든 판매자가 가격의 5%를 인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감세효과는 오롯이 판매자가 먹게 된다.

 

국회에서 간혹 서민물품의 부가가치세를 깎아주자는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한 것도 애써 세금을 내려받자 중간 판매인이 먹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전신)들이 출산·육아용품 부가가치세를 면세하자는 법안을 발의했을 때 2018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아래와 같이 ▲판매자가 먹거나 ▲물가가 오르거나 ▲거꾸로 고소득층이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표시한 바 있다.

 

“부가가치세율 인하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격인하 효과를 거양할 수 있으나 세율 인하분이 점차 실질비용감소 및 신상품 출시 등의 우회적인 방법에 의한 이윤확대로 귀결됨으로써 점증적인 가격상승으로 흡수될(Round-up effect) 우려가 있음.”

 

“특히 부가가치세의 감소가 국내수요를 확대시킴에 따라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세율의 환원과정에서 물가상승폭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제기됨.”

 

“현재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소비비중이 높은 생활필수품, 국민후생용역 등 일부 품목에 대한 면세제도가 실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가가치세율을 인하에 따른 계층별 소비지출 대비 세부담 경감효과를 분석한 결과 인하효과가 고소득계층에 더 높은 비율로 귀착되는 것으로 분석됨.”

 

 

◇ 재정수지 적자 발표도 못 하는 데 또 감세?

 

또 하나 우려되는 건 재정수지다.

 

감세를 하면 세금수입이 줄어들어 나라살림을 압박한다. 그러면 나라 적자가 늘어나고 관리재정수지 악화 폭도 커진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빚 없이 지출구조 개혁으로 연간 관리재정수지를 –3.0%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5.4%로 전혀 개선되지 못했으며, 2023년에는 11월 누적 기준으로도 –2.9%에 달했다.

 

게다가 지난해 펑크 난 세수가 예산 대비 56.4조원이기에 12월 치 재정수지가 발표되면 –3.0%선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보통 1년 치 재정수지는 2월 중하순~3월 초 발표되는 월간 재정동향 2월호에 담긴다.

 

그런데 올해 월간 재정동향 2월호에는 전년도 11월 누적치까지만 넣고, 3월호부터는 슬그머니 1월부터 집계를 시작하는 식으로 회피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기재부는 잠정치를 발표하는 것은 숫자가 정확하지 않기에 총선 이후에 발표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국가결산보고서는 4월 첫 번째 주 국무회의에서 의결, 발표됐다.

 

세입‧세출 마감이 2월에 끝나기에 숫자가 안 나올 수가 없고, 국가결산보고서도 5월 감사원‧국회 검토를 받아야 완전히 끝난다. 잠정치에서 숫자가 수정돼도 큰 틀이 깨지기는 극히 어렵다.

 

총선 무서워서 발표하지 않는 것이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될 수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부가가치세를 추가 감세하면 세금 수입이 줄어들게 되고, 관리재정수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게다가 올해 경제전망이 아주 밝지는 않은 가운데 현 정부가 철석같이 지키겠다고 선포한 재정수지 관리 공약을 깨뜨릴 수 있는 공약을, 총선 구도에서 발표하는 것은 충분한 사전검토나 여야 협의 없이 진행한, 설익은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OECD는 지난 2월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p 하향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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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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