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법인분리 알고도 ‘수수방관’…산은 책임론 비등

2018.10.25 08:08:51

“지난 4월 미리 인지”…국감서 미온적 대처 ‘질타’
대응 방안도 마땅치 않아…국민 혈세만 낭비한 꼴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분리 사태와 관련해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GM의 이번 결정을 놓고 ‘먹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산은이 이미 6개월 전에 법인분리 의도를 파악하고도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이다.

 

한국GM은 지난 19일 산은과 노조의 반대에도 주주총회를 강행해 R&D 법인의 분리 신설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총파업을 통해 법인 설립을 저지하기로 했고 산은도 주총 결정에 하자가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2대 주주인 산은은 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국고투입 결정에도 주총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한국GM 정상화의 파트너인 산은이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계속됐다. 지난 4월 GM 측이 법인분리 가능성을 내비쳤음에도 산은의 미온적인 대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4월 말 협상 말기에 GM에서 경영정상화 안에 법인분리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제기했다”며 “우리는 논의 사항이 아니라고 거절했고 충분한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 기본계약서에 넣을 수 없어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은은 올해 초부터 한국GM의 국내시장 철수를 막기 위해 1대 주주인 GM과 협상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5월 7억5000만 달러(당시 약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향후 10년간 한국을 떠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협약을 체결했다.

 

이때 이미 GM은 한국GM의 법인분리 의사를 밝힌 상태였지만 산은은 주주총회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17개 특별결의사항에 법인분리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먹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기본계약서가 완벽히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면서도 “GM의 경영 판단에 해당하는 잠재적 사항을 모두 특정해서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넣어 금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GM의 경영상 판단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협상을 타결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인분리를 금지하는 조항은 협약에 넣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은은 이후에도 GM의 일방적 경영권 행사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끌려다니기만 했다.

 

산은은 법인분리 계획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 자료를 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했는데도 한국GM이 이를 묵살한 채 강행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은 지난 7월 한국GM이 R&D 법인의 분리를 공식 발표한 이후 9차례에 걸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데 그쳤을 뿐 GM의 독단에 제동을 걸만한 구체적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산은은 한국GM의 입만 바라보며 허송세월하다가 뒤통수를 맞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대응 방안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GM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중단하기도 애매하다. 도리어 GM에게 한국시장에서 당당히 철수할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8000억원을 지원하고도 제대로 된 주주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일자리 문제로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서둘러 맺은 경영정상화 계약에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GM이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수하려고 하는데 거기에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얹어준 꼴이 됐다”며 “법인분리를 통해 생산시설을 점점 줄여나간다 하더라도 정부나 산업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GM의 한국 철수 수순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며 “GM 철수가 이뤄지면 정부와 협상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R&D 법인을 분리하면 경쟁력이 없는 일부 시설은 언제든 매각할 수 있다”며 “한국GM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다가 일자리를 볼모로 압박하는 GM에게 조건 없이 자금을 지원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성욱 기자 sukim@tfnews.co.kr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회사명 : 주식회사 조세금융신문 사업자 등록번호 : 107-88-12727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신사동 171-57) 제이제이한성B/D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1713 등록일자 : 2011. 07. 25 제호 : 조세금융신문 발행인:김종상 편집인:양학섭 발행일자 : 2014. 04. 20 TEL : 02-783-3636 FAX : 02-3775-4461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