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담배’…담배 한 개비, 술 한 잔보다 세금 3배 무겁다

2017.11.16 08:59:58

담배가 술보다 사회적 피해는 2조원↓·세금은 3배↑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해소 없이 세금부터 부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흡연의 해악이 음주보다 2조원 이상 낮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3배 가량 더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서민기호품인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붙이면서 연간 4~6조원의 세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현 정부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 과세를 강화하는 만큼 신중한 과세와 함께 흡연 축소 및 금연프로그램 등을 위한 재정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유해성 물질 배출량이 일반담배보다 현저히 낮다는 담배업계의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성급히 과세했다간 전 정부처럼 세수 확보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및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담뱃세 세수는 12조3604억원으로 주세(수입분 제외) 4조4499억원 보다 2.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부터 담뱃세 세수는 주세보다 높았다. 하지만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면서 그 격차는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담뱃세 세수와 주세간 격차는 ▲2012년 1조9694억원 ▲2013년 1조5442억원 ▲2014년 1조7395억원으로 담뱃세가 1.5~2조원 가량 더 많았지만, 2015년부터 개별소비세를 새로 과세하면서 격차는 ▲2015년 5조3824억원 ▲2016년 7조9105억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담뱃세가 주세보다 높은 이유는 부과체계가  주세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소주 한 병을 1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세부담은 주세 338.1원, 교육세 101.4원, 부가가치세 90.9원을 포함해 총 세금은 530.4원이 된다.

4500원짜리 담배 1갑에 붙는 세금은 준조세 성격까지 포함해 담배소비세 1007원,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폐기물부담금 24.4원, 연초생산안정화기금 5원, 부가가치세 409원 등 총 3318원에 달한다.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은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만 합쳐도 주류에 부과하는 총 세금과 맞먹거나 더 높다.

개별소비세를 포함한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이 일반담배의 90%까지 올라가면 세금격차는 크게 벌어지게 된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은 개별소비세 126원을 포함해 약 1740원이지만, 지난 11월 9일 국회에서 의결된 개정법안이 내년부터 적용되면 개별소비세 535원을 포함해 약 2986원으로 껑충 오른다.



사회적 비용이 음주는 크고, 흡연은 상대적 낮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5년 9월 발표한 ‘주요 건강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규제정책의 효과 평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9조4524억원인 반면 흡연은 7조1258억원으로 음주가 흡연보다 2조3266억원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주는 생산성 저하 문제가 심각했다. 음주로 인한 생산성저하 효과는 1조4107억원이었으나, 흡연은 아무런 저하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사회보험료를 측정하는 생산성손실비용도 음주는 1조2154억원인데 반해 흡연은 8988억원으로 흡연이 음주보다 3000억원 이상 낮았다.

흡연자 위한 예산은 너무 미흡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기금은 2015년 2.7조원, 2016년 3.0조원에 달했지만, 금연사업 관련 예산은 2015년 1475억원, 2016년 1365억원, 2017년 1467억원으로 전체 건강증진기금의 5% 내외에서 움직였다. 내년 정부예산안에서는 1334억원으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국회에서도 개선의 목소리 제기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국가의 지원 필요성이 큰 저소득층 흡연자, 중증고도흡연자, 여성, 학교 밖 청소년 등 취약계층을 위한 금연지원 사업 예산이 삭감됐다”며 “당초 담뱃값 인상의 취지를 고려할 때 흡연자를 위한 국가차원의 금연지원서비스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서민들 입장에서 부담금은 조세와 비슷해 준조세로 알고 있는데도 법에 세율과 대상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부담금의 효과와 세율 등을 전면 검토해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최병호 교수도 지난해 12월 6일 조세금융신문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김상희 의원 등 ‘국회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주최한 ‘실패한 담뱃세 대폭 인상 2년, 그 해법은?’ 공청회를 통해 “납세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진흥기금의 확대 및 바른 집행이 필요하다”며 “2015년 국민건강진흥기금 중 금연서비스 지원예산은 전체 5.4%에 불과해 부담과 편익간 연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꺼지지 않은 전자담배 무해성 논란

흡연자들은 일반담배에 이어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흡연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인상 철회와 담뱃세의 흡연자/비흡연자 모두를 위한 사용’ 청와대 청원엔 600여명이 모였다. 

이들 주장의 근거는 전자담배가 무해하다는 것. 일반담배보다 유해성이 낮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선 일반담배보다 세금을 낮추어 일반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여 흡연에 따른 폐해를 줄이도록 권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배출량이 거의 금연 수준에 달해 무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온으로 ‘태우는’ 일반담배보다 낮은 온도로 ‘찌는’ 전자담배의 특성상 연소하지도 않고, 재도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독성물질 배출량이 현저히 낮고, 타르 역시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가 지난 11월 14일 발표한 자체 연구결과에 따르면, 필립모리스가 제조하는 전자담배 유해물질 배출량은 일반담배의 10% 이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5개 발암물질 배출량은 일반담배의 5% 이하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 가입국이란 점에서 담뱃값을 낮추는 게 쉽지 않다. 세계보건기구는 기본적으로 담뱃세를 올릴 것을 권장하고 있고, 가입국 중 담뱃값을 내린 나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담뱃세를 낮춘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국민건강 및 안전 관련 유해성을 판단하는 근거자료가 우리 정부를 포함해 각국 정부의 공인된 연구결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엄격한 규제 적용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차후 유해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와도 유해성이 ‘0’가 아니라면, 규제를 유지하는 추세다. 특히, 과세권 관련해선 해당 국가의 독자적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

다만, 영국의 경우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활용하고 있으며, 담배 제조사의 유해성 연구 결과를 과세에 반영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정부가 인정한 연구는 아니지만 정책에 활용하겠다는 셈이다.

조세전문가들은 담뱃세 인상이 정부 곳간만 늘린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다른 죄악세인 주세와 과세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서민 기호품인 담배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이유가 유해성 때문인 만큼 국민건강과 소비자 권익 등을 고려해 서민들에게 부담되지 않게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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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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