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맑음동두천 16.2℃
  • 맑음강릉 22.2℃
  • 맑음서울 17.3℃
  • 맑음대전 18.0℃
  • 맑음대구 22.5℃
  • 구름조금울산 18.4℃
  • 맑음광주 18.9℃
  • 맑음부산 17.6℃
  • 맑음고창 16.5℃
  • 맑음제주 18.0℃
  • 맑음강화 14.4℃
  • 맑음보은 18.7℃
  • 맑음금산 17.6℃
  • 맑음강진군 18.7℃
  • 맑음경주시 22.1℃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문화

[대학로산책] 내 죄에 대한 남의 용서, 그리고 나의 용서…뮤지컬 <보이A>

잠재의식에 묻어둔 죄, ‘용서’는 쉽지만 ‘참회’는 어렵다…죽어야 가능할 수도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소년원에서 10여년 복역한 뒤 보호관찰관 테리의 도움으로 가석방 된 24세의 남자 잭(Jack)은 난생 처음 정상적인 세상살이에 뛰어들었다. 사실 잭이라는 이름도 신분 세탁을 위해 새로 만든 이름이다.

 

잭은 새 직장과 친구, 저축 등 간절했던 것들과 마주한다. 그러던 어느날, 잭은 직장친구와 떠난 여행길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위험한 순간, 극적으로 한 아이를 구한다.

 

지역 언론을 통해 영웅으로 떠오른 잭. 그런데 동시에 ‘보이A’ 석방 소식과 아이를 구한 사람이 바로 그 ‘보이A’라는 뉴스가 지역사회를 혼돈에 빠뜨린다.

 

‘보이A’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보호하고자 실명을 대신하는 호칭. 두 명의 미성년자가 동시에 기소됐다면 ‘보이A’와 ‘보이B’다. 3명의 소년범이라면 ‘보이C’가 추가되는 식이다. 어떤 사건의 ‘보이s’들은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상징한다.

 

아무튼 지역 주민들은 잭이 아이를 구했다는 점보다도 그가 ‘보이A’라는 점에 집착한다. 그를 이웃으로 인정했던 사람들은 차갑게 돌변한다. 온 세상이 잭을 세상 밖으로 밀어낸다.

 

뮤지컬은 얼핏 사회와 언론의 냉혹함을 고발하는 ‘부조리극’ 같다. 하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녹록지 않다.

 

 

 

 

가난, 부모와 학교의 무관심 속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두 소년은 동급생 여자애를 죽인다. 그녀가 극악한 언어로 자존감을 파괴하고 폐부에 고인 열등감을 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층민 소년 잭의 유일한 친구였던 ‘친구 A’는 감옥에 가기 전 자살했다. 잭은 법적으로 ‘보이B’, 아니 ‘보이A’ 였다.

 

하지만 잭이 10년여 복역한 감옥에서 모범수로 가석방 될 수 있었던 것은 잭 자신이 ‘보이A’ 또는 ‘보이B’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판사의 판단과 무관하게 자신은 ‘친구 A’가 동급생 여자애를 죽이는 현장에 함께 있었을 뿐, 직접 죽인 건 아니라는 ‘자기암시’가 어린 잭을 지탱해준 것이다.

 

뮤지컬 연출자는 잭의 행위가 ‘살인방조죄’ 였는지 혹은 공범의 ‘살인죄’였는지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살인사건의 정황을 법적으로 따지는 일은 덤덤한 장치일 뿐이다. ‘살인방조’와 ‘살인’은 오로지 주인공 잭에게만 평생 천국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는 심리적 ‘사점(deadline)’ 이었다.

 

잭은 후반부에 노랫말 독백에서 ‘친구A=보이A’가 동급생 여자애를 죽일 때 통쾌하게 낄낄거리며 그 장면을 바라본 점을 고백한다. 그렇게 자신도 ‘살인자’임을 깨달았다고 아프게 관객에게 고백한다.

 

 

 

잭은 끊임없이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라”, “죽일만 한 사람을 죽인 것 뿐”이라며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친구 A’의 혼령의 도움을 받아왔다. 하지만 당당히 맞서기로 한 순간, ‘친구 A’의 혼령을 죽인다. 자신이 진짜 살인죄를 저질렀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죄는 그저 방조가 아니라 진짜 죄, 그 자체였다. 다만 잭은 처음부터 자신의 죄를 용서할 준비가 돼 있었고, 실제 그래왔다. 법적으로 잭의 죄를 인정하는 타인들도 잭이 이웃에 살지않는다면 그를 용서할 준비가 돼 있었다.

 

잭은 자신이 구해준 아이의 감사 편지를 받고, 자신의 죄와 자신에 대한 용서를 신랄하게 반추한다. 죄는 ‘실체’였고, 용서도 진짜였다. 하지만 죄와 용서 사이에 ‘참회’가 빠졌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잭은 자신을 추방하려는 지역 주민들, 오로지 자신과 같은 약자들 앞에서만 정의로운척 당당한 언론인들을 피해 은둔생활을 과감히 청산하기로 한다. 절벽이 있는 땅끝 마을(Land’s End)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국 작가 조나단 트리겔(Jonathan Trigell)의 같은 이름 소설 <보이A>를 원작으로 박해림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창작 뮤지컬 얘기다.

 

원작 책 <보이A>에 적힌 잭의 마지막 대사는 영국 국영방송 <BBC>가 지난 2009년 8월9일자로 소개한 ‘유명한 마지막 말(Famous last words)’에 뽑혔다.

 

“그리고, 그가 예상한대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상승이 멈추는, 모든 것이 정지된 순간이 있다. 추락하지도, 그렇다고 날지도 않는 그런, 시간이 얼어버린 순간. 만화에서 만큼도 길지 않았다. 1초도 안되는 것 같다. 그러나 팔을 벌리고 맨발을 모은 상태로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And, like he suspected, there is a moment, when ascension has stopped, but before the drop, where everything pauses. Neither falling nor flying. An instant where time is frozen. It doesn't last as long as in the cartoons. It could be less than a second. But it's long enough to consider, with arms outstretched and bare feet together, if it might be better not to struggle anymore.”)

 

아둔한 기자는 이걸 찾아내고서야 뮤지컬의 결말을 알아챘다.

 

 

 

 

PS : 뮤지컬을 함께 본 관객이 얼추 100명. 기자를 뺀 99명 모두 여성 관객이었던 것 같다. 귀가길 대학로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누구나 삶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자아보호 본능에 힘을 빌어 잠재의식 속에 슬쩍 묻어 둔 ‘죄’가 있다. 대개 진정한 참회는 죽음의 순간에 이뤄진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함부로 ‘참회'를 강권할 일이 아니다. 뮤지컬을 본 뒤 기자가 내린 작은 매듭이다. 일부 대사가 노랫말이라서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다. 만약 다른 ‘매듭’으로 보는 관객이라면 기자에게 편지 달라. 밥과 커피를 뫼시겠다. (어디서 개수작?)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너

전문가 코너

더보기



[시론] 불안한 시대 안전을 위한 한걸음
(조세금융신문=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에서 전쟁의 불꽃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4시 이스라엘은 미사일을 동원하여 이란 본토를 공격했다. 이보다 앞서 13일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시작은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미사일로 공격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해외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쿠드스군의 지휘관을 노린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했고 사망자 중 혁명수비대 핵심 인물이 있어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가를 물은 것이다. 이란이 첫 공격을 받고 12일 후 반격하여 드론과 미사일을 쏘았고 5일 후 이스라엘이 재차 공격한 상황이다. 이렇게 오래된 앙숙은 다시 전쟁의 구름을 만들었고 세계는 5차 중동전으로 확대될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두 국가는 모두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란은 미사일 강국으로 이들의 충돌은 주변 국가는 물론 양 국가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다. 사실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경제난에 휘둘리고 있어 전쟁을 피하고 싶을
[인터뷰] 4선 관록의 진선미 의원 “3高 시대, 민생·국익중심 경제정책 전환 시급”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현재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상황을 국내 변수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모든 측면에서 국제 경제 상황과 닿아 있는 문제이며, 따라서 철저하게 국익을 위한 외교・통상・안보 정책을 꾀하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그 결실을 향유할 수 없습니다.” 지난 4월10일 제 22대 총선거에서 당선돼 4선 국회의원이 된 ‘경제통’ 진선미 의원이 22일 <조세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이 끝나자 정부의 가스요금 인상 움직임을 비롯하여 시장의 생필품과 식품 등 주요 소비재들이 줄줄이 가격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4선 의원이 된 진선미 의원은 제21대 국회에서 하반기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조세와 금융, 환율 등 국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 전반에 대한 시의적절한 문제제기와 해법을 제시,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에서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됐다. 뿐만아니라 국회 예산정책처와 국회 입법조사처 등 국회의 양대 싱크탱크가 선정한 의정활동 우수의원으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중 개최된 국회 예산정책처 설립 20주년 행사에서 정책활동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돼 상을 받는 자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