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기존 직원·보험설계사와의 노사 갈등은 극에 달했고, 이 같은 방법으론 깊은 부진에 빠진 현대라이프를 건져내기엔 역부족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체영업을 포기한 이상 외부도움 없이는 독자생존이 불가능해진 현대라이프가 현대모비스·현대커머셜 등 그룹 계열사 대주주에게 자본확충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태영 부회장 “독자경영 통한 성공” 단언...출범 이후 매년 적자행진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1년 10월 실적부진에 시달리던 녹십자생명 인수를 통해 생명보험업계에 진출했다. 캐피탈(현대카드)·증권(현대차투자증권)·보험(현대라이프)을 모두 갖춰 금융 계열사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현대카드 성공신화 주역으로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대표이사를 겸직하던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까지 맡게 됐다. 정 부회장은 “빠르면 2년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룹지원 없이도 독자경영을 통해 현대라이프를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현대라이프는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후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로부터 ‘퇴직연금 자산관리보험(DC·DB)’과 ‘개인연금보험’ 등 총 1000억원 상당 금융거래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계열사 도움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카드업계에서 성공을 거뒀던 정태영 부회장 방식이 보험업계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라이프는 출범 이래 매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라이프 당기 순손실(연결 기준)은 ▲2012년 314억원 ▲2013년 315억원 ▲ 2014년 869억원 ▲2015년 485억원 ▲2016년 197억원이다. 지난 5년간 적자 누계액은 총 2180억원에 달한다. 2017년 상반기(별도 기준)도 보험영업수익 5975억원, 영업이익 -74억원, 당기순이익 -90억원으로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심지어 RBC(지급여력)비율도 갈수록 하락하면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현대라이프는 지난 2014년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150%) 수준까지 떨어지자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로부터 약 950억원을 유상증자 받았다.
이후 지난 2015년에는 대만 푸본그룹으로부터 약 2130억원을 추가로 유상증자 받았다. 이에 따라 푸본생명은 현대라이프 지분율 48.62%를 확보해 현대차그룹(현대모비스 30.28%, 현대커머스 20.37%)에 이은 2대주주가 됐다.
이 같은 유상증자 덕분에 현대라이프 RBC비율은 한때나마 190% 까지 증가했으나 1년 만에 다시 1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148%까지 떨어져 추가적인 자본 확보가 시급해졌다.
연도별 현대라이프 RBC비율은 ▲2010년 180% ▲2011년 211% ▲2012년 231% ▲2013년 151% ▲2014년 152% ▲2015년 190% ▲2016년 160% ▲2017년(9월 기준) 148%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RBC비율을 최소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RBC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경영개선 권고 등 조치가 내려진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RBC비율 하락세가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오는 2021년부터 새로운 보험회계기준인 IFRS17가 적용되면 보험사 부채평가 방식이 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서 부채를 계산해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RBC비율 하락이 불가피한 셈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11월 총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600억원·신종자본증권 4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해당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은 현대라이프 대주주 가운데 하나인 현대커머셜에서 우선 매입할 예정이다.
주식과 채권 성격을 지닌 신종 자본증권은 금리는 있지만 사실상 만기가 없어 상환 부담이 적다.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보험사 RBC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후순위채권의 경우 발행기관 파산 시 다른 채권보다 늦게 변제받는 채권이다. 자기자본 50%까지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같은 해 12월엔 구주 우선배정 방식을 통한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결정됐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현대라이프 양대 주주인 현대모비스·현대커머셜(50.65%)과 대만 푸본생명(48.62%)이 지분 비율대로 참여한다. 대금 납입 완료일은 오는 3월로 예정됐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이번 자금조달 덕분에 지급여력(RBC)비율이 지난 9월 기준 148%에서 175%로 상승 할 것”이라며 “이번 유상증자는 새 회계기준과 새 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한 것”이라 설명했다.
대규모 영업점포 정리로 설계사 1400명 ‘실업자’ 신세
현대라이프는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자구책으로 대규모 영업 점포 정리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실제로 2018년 1월 10일 현재 남아있는 현대라이프 영업점포는 10여개에 불과한 상태다.
이처럼 현대라이프가 사실상 자체영업을 포기함에 따라 방카슈랑스와 보험대리점 채널 등을 관리하던 기존 직원들은 해야 할 업무 자체가 사라져 몇 개월째 보직이동 없이 기약 없는 대기발령 상태에 놓였다.
이에 현대라이프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네 차례에 걸쳐 3년 이상 근무한 정규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첫 노조합의 당시에는 대기발령자 가운데 아직 회사에 남아있는 28명과 추가 정리해고 대상자가 된 32명 등 60명에게 6개월간 무급휴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그 외에도 모든 임직원 임금을 3~15% 삭감하고, 직원 복지혜택을 점차 축소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현대라이프 소속 보험설계사에 대한 처우다.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10월 설계사들에게 보험계약 수수료를 50% 삭감하겠다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강제해촉(해고)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약 2000명 수준이었던 현대라이프 소속 설계사는 2018년 1월 10일 기준으로 약 200명만 남아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전국사무금융연맹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해촉한 설계사에겐 3년간 나눠서 지급하던 보험판매 잔여수당도 안 주고, 신입 설계사에게 지급한 정착지원금도 환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은 현대라이프 본사 앞에서 ▲잔여수당 지급 ▲수수료삭감정책 철회 ▲해촉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면서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연맹은 “현대라이프는 노조조차 만들 수 없는 설계사 약점을 이용해서 영업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설계사 계약해지로 발생하는 미지급 수당을 챙기려 한다”며 “공정위 는 일방적인 수당삭감 등 현대라이프 불공정행위에 대해 진상조사해서 시정조치하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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