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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동식의 와인기행] 소주파 경상도 사나이 “쉬라가 최고”

(조세금융신문=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경상도 사나이’는 1960년대 장안의 화제가 됐던 영화 제목이다. 언론사 기자 초년생의 어설픈 러브 스토리를 다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반전 상황, 즉 애틋한 속마음을 담아 애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대목이다.

 

와인 모임에서도 ‘쉬라가 최고’라고 고백하는 경상도 사나이들이 많다. 웬만해서는 호불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지역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와인 사랑에는 평소와 전혀 다르고 약한 모습이다. 그들은 왜 이구동성으로 쉬라 칭송에 나섰을까. 그 답은 ‘매우 강렬함’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 론지방에서 호주로 건너가 ‘쉬라즈’로 이름이 바뀐 ‘쉬라’는 컬러와 맛, 향이 매우 강한 포도품종이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조금만 집중하면 바이올렛 혹은 강한 후추향을 단박에 잡을수 있다. 한마디로 ‘강렬하고 야생적인 분위기의 남성 와인’으로 볼 수 있다. 알코올 도수도 다소 높아 주량이 상당한 애주가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DNA를 분석해보면 둘 다 늦게 수확하는 만생종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름이 다른 이들두 종류의 포도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쉬라에서는 강한 산미와 후추 등 매콤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쉬라즈에서는 풍부한 과일 향과 묵직한 바디감이 돋보인다. 당도도 좀 높은 편이다.


유전적으로는 같은 품종이지만 200년 가까이 서로 다른 환경적인 요소, 즉 ‘떼루아’의 영향을 받다 보니 와인 스타일도 덩달아 변했다는 것. 서늘한 구대륙과 따뜻한 신대륙의 기후, 큰 폭의 일교차가 그 중심에 있다.


‘벨라스 가든’ 블랙 레드 컬러 유혹
2014년 한국-호주 FTA 체결로 저렴한 가격의 호주 쉬라즈 와인이 국내로 대거 들어왔다. 그 영향으로 강한 맛을 기대하는 소주파들이 ‘최고’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쉬라즈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등 국제 품종처럼 그렇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과연 국내에는 어떤 종류의 쉬라즈 와인이 판매되고 있을까.


먼저 ‘투핸즈 벨라스 가든 쉬라즈(Two hands Bella’s Garden Shiraz)’를 꼽을 수 있다. 호주의 대표 포도 품종인 쉬라즈 100%를 사용해 만들었다. 풍부한 블랙베리와 체리, 오크, 초콜릿 등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 요리는 물론 불고기와 함께 마셔도 잘 어울린다.


“글라스에 담긴 와인을 흔들어보면 진하면서도 신비스럽게 퍼지는 블랙 레드 컬러를 감상할 수 있어요. 당장 마셔도 좋지만 잔에 따라 놓고 1~2시간 지난 후 마시면 또 다른 강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SMT서울, 플레이그라운드 소속 김정우 매니저의 설명이다.


1999년 설립된 투핸즈는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미국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호주는 물론 남반구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 메이커’라고 극찬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 와이너리 중 유일하게 10년 연속 와인 스펙테이터 톱100에 이름을 올려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안투 쉬라 ‘태양의 위력’ 실감

칠레 쉬라 와인도 호주산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다. 콜차구아 밸리에 자리잡은 비냐 몽그라스의 대표 와인인 ‘안투 쉬라(Montgras Antu Syrah)’ 역시 의리파 경상도 사나이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쉬라 100%로 양조된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짙은 자줏빛 컬러와 농염한 검은 과일 향이다.


첫 모금에서 은은한 오크와 발사믹, 마른 건초, 바닐라, 훈제 향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와인 향이 서로 섞이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포도밭 경사면이 적도를 향해 강렬한 태양의 기운을 포도송이에 흠뻑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안투(Antu)는 원주민 언어로 ‘태양’이라는 의미로 남미 최상급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 때문인지 와인 맛에서 ‘태양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미디엄 바디와 부드러운 타닌, 잘 짜여진 구조감은 초보자라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그와 함께 길게 남는 잔향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은 가성비를 실감할 수 있다.


안투 쉬라는 14개월간 100% 프렌치오크통 숙성과 4일간 저온 발효시켰다. 그 덕분에 10년 이상 보관(숙성)이 가능하다. 알코올 도수 14.6%, 서빙 온도는 16~18℃가 적정하다. 진한 크림소스와 숙성된 육류요리는 물론 숙성 치즈와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글렌넬리 더 글라스 콜렉션 쉬라(GLENELLY, The Glass Collection Syrah)’도 눈 여겨볼 만하다. 강한 맛과 향을 내는 쉬라 100%를 사용해 남국의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 이다.


잘 관찰하면 와인 글라스 가장자리에서 옅은 보라 색조를 발견할 수 있고 자스민 꽃과 제비꽃 향은 물론 화이트 페퍼와 어우러지는 강렬한 꽃향을 잡을 수 있다. 부드럽고 둥근 타닌과 좋은 질감도 와인 마시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는 3주간 스킨 컨택 후 1차 발효, 12개월 배럴 숙성 등 특유의 제조 방식 덕분이다. 알코올 도수는 14%.


그르나슈 은은한 향 쉬라가 잡아줘
뱅 도랑스의 퀴베 아미나 쉬라(Vins d’Orrance, Cuvee Ameena Syrah)도 ‘강한 맛의 와인’대열에서 빠지면 서운하다. 포도 품종 역시 쉬라를 100% 사용했으며, 기본 구조는 스파이시 함과 부드러운 타닌감을 꼽을 수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생생하면서도 맑고 달콤한 과일의 즐거움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웨스턴케이프 주의 페더버그와 엘긴 두 지역의 떼루아 영향을 받아 견고한 타닌감과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남아공의 떼루아에 프랑스 북부 론와인 스타일이 더해진 타입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이 외에도 쉬라를 적절히 블랜딩해 포도 품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와인도 많다. 그 중 그르나슈 외 세 종류의 포도 품종을 블랜딩한 미국산 오웬 로, 시니스터 핸드(owen roe, sinister hand)가 대표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러움과 균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그르나슈 품종의 은은한 향과 맛을 쉬라가 적절히 잡아줘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베이비 그랜지’로 더 잘 알려진 ‘펜폴즈, 빈 389 까베르네 쉬라즈(Penfolds, Bin 389 Cabernet Shiraz)’의 주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약간의 쉬라즈를 섞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맛과 향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필] 김 동 식
•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WSET Level 3)

• ‘와인 왕초보 탈출하기(매일경제)’,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헬스조선)’ 등 와인 칼럼 연재

• 서울시교육청 등 와인교육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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