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라는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인두세에 대한 비판적 견해로 세금을 내지 않아 하루 동안의 옥고를 치른 그입니다. 그가 태어난 지 200년이 더 지난 오늘날, 소로우의 언행이 대한민국에서 재현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체납자가 되는데, 법적으로는 확정된 국세를 납부하지 않은 사람(법인)을 말합니다. 소로우의 체납 국세가 1년이 지나고 2억원이 넘었다면 인적사항 등이 공개될 가능성이 큽니다(국세징수법 제114조). 관세도 그렇습니다(관세법 제116조의2). 지방세도 마찬가집니다(지방세징수법 제11조). 지방세의 경우는 국세의 20분의 1만 되어도 공개대상입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근로기준법 제43조의2)이나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료를 미납(국민건강보험법 제83조)한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대판 주홍글씨의 일면을 보는듯합니다. 세금 미납 등을 이유로 명단을 공개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과세당국은 체납세금 징수를 위해 명단공개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한 달에 한 번꼴로 글을 쓴다. 소재 거리가 난감할 때가 더러 있다. “대표님, 평소에 관심도 많고 시기적으로 연말이고 하니 기부에 관해 한 번 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도 지금 핫한 주제가 종부세인데, 그런 건 별론가 보지? “종부세는 대표님이 쓰지 않아도 언론에서 많이 다뤄질 것 같은데요.” -기부? 어릴 적 어렵게 자라서인지 조금 관심 두는 정도인데. “대표님,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명판에 쓴 ‘나눔, 고행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궁금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너나 많이 하세요’라고 하지 않을까? “대표님한테 그렇게 함부로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김 대표, 돈 좀 번 모양이지’라고 할지도 모르고. “대표님, 그렇게까지 마음이 꼬인 사람들이 있을까요? 대표님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사셨다면서요?” -어렸을 적엔 다들 가난했지. 형이 중학교 갈 입학금이 없어서 1년 동안 신문배달 등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1년 뒤에 중학교에 들어갔으니. “그래서 학교에 계속 기부를 하시는 거네요.” -시골 중학교에 기부하는 건 그런 측면도 있지. “대학에도 하고 계시잖아요.” -큰놈이 공대를 나왔는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30대 초 대학로에서였다. 어스름한 어둠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할 무렵 친구들과 어울리다 무심코 들어섰다. 기다랗게 늘어선 움막(?) 중에 덜 남루해 보이는 흰 천막을 택했다. 언뜻 희미한 불빛 아래 길게 땋은 머리카락과 함께 인기척이 보였다. 40대 중후반쯤 되었을까. 허름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눈이 매서웠다. 우리들의 시간이 왔다. 나른했다. 개운치도 않았다. 그리고 그날의 사건은 오랫동안 묻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 날 집 식구가 역리원(철학관)을 다녀왔다며 후일담을 늘어놓았다. 큰놈과 작은놈을 비롯한 가족 사주를 보고 온 것이다. 순간, 30대 때 대학로에서 눈이 매서웠던 긴 머리 선생이 떠올랐다. “당신은 40대 중반에 현 직장을 이직할 운이 들어 있네.” “네?” “40대가 되면 근무하는 직장에서 큰 변곡점이 생길 거라고” “저는 평생 공직에 있을 건데…….” 믿기지 않는 소리에 떨떠름한 기분으로 얼마의 돈을 놓고 나왔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흐른 40대 중반 공직을 이직하고 로펌에 취업한다. 사주니 팔자니 하는 말은 믿지 않았다. 무속인들의 이야기는 미신이라고 여겼다. 그랬던 나에게도 믿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1980년대 즈음이었던가. 모 대학총장이 미국의 유명대학(하버드인지, MIT인지 긴가민가하다)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화다. 한국유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했다. 미국 대학의 총장으로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합니다. 한국유학생들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인 것 같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한국의 대학 총장이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부족해 보입니까?”라고 다시 묻자 조금 머뭇거리면서 꺼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2021년 세법개정의 시간이 도래했다. 이맘때면 한 번쯤은 눈과 귀를 집중하게 된다. 대다수는 법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동안 그랬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평생 세금을 내보지 못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법 변화의 속도가 과거보다 상당히 빨라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세대상이 생겨나기도 하고 각종 공제 및 특례 규정의 개정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어제의 지식이 오늘에 와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회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얄궂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니 야릇하고 짓궂다는 의미의 형용사라고 나온다. ‘야릇하다’는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이 묘하고 이상하다.’ ‘짓궂다’는 ‘장난스럽게 남을 괴롭고 귀찮게 하여 달갑지 아니하다’로 설명한다. 요즘 세금이 얄궂다. 부동산 시세가 올랐으니 세금도 오른단다. 정부는 지나친 가격상승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묘하고 이상하게 흘러간다. 무주택자든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달갑지 않다. 괴롭고 귀찮은 일이 계속 생길 것 같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재산이 늘어 세금을 더 내는 현실이 딜레마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악의가 아닌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본 사람이 있다. 24세기를 되돌려 좋‘ 은 세금’에 대해 테스 형과 묻고 답하다. (테스 형)세금은 무슨 뜻인가? 법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세금이란 법적 의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머니 사정을 먼저 고려하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세금은 법적인 의미 이상이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세금을 정의하는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이라면 누구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한 번쯤 경험해봄 직한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담임선생님이 판서를 시켰다. 정성껏 옮겨적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들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주어진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분필을 놓고 자리로 되돌아오는 동안 ‘아이들이 왜 웃었을까?’를 수없이 되뇄다. 의문은 자리에 앉자마자 풀렸다. 써놓은 글씨가 선생님 글씨 크기의 두 배가 넘었다. 얼토당토 않은 글씨였다. 그때 ‘아, 칠판 앞에서 생각한 것과 자리에 와서 본 것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구나’라며 순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직업 때문인지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좋아한다. 때로는 겸손을, 때로는 희망이 스며든다.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를 보고 나면 더 쉽게 동화된다. 자폐증에 걸려보지 않고서는 자폐증 환자의 심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다.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배려심을 키우는데도 한몫한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일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경우를 종종 목도한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자녀들과의 상속문제로 다투는 모자지간의 헝클어진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도 학식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서도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스페인 여행 중에 난생처음 피카소가 그린 해안가의 돛단배 그림을 만난다. 1호 크기의 연필 드로잉 작품이었다. 순간적으로 ‘이렇게 평안한 그림을 그렸던가’라는 무딘 생각을 했었다. 그 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아비뇽의 처녀들》 앞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한참을 서 있었다. 최근 미술품 물납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조세 물납제도는 부동산과 상장주식만 가능한데 미술품도 추가하자는 것이 골자다. 현행 세법에서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공익법인 등에 출연(기부)하게 되면 해당 재산은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문화재등에 대해서는 징수유예도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납세자가 출연하지 않고 물납을 하는 것은 세금과 직결된다. 외국의 경우 상속세가 있는 프랑스, 영국, 일본은 제한적 요건을 두어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피카소 유족의 미술품 물납 덕에 ‘피카소 미술관’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미술품 물납이 도입되면, 거래의 활성화로 국가적으로는 문화부응의 기회, 예술가에게는 문화창작 향상의 기회, 국민에게는 예술의 대중화와 향유라는 긍정적 효과가 뒤따를 것이다. 반면, 시장의 특성상 객관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11여 년 전, 집식구 이름으로 조그맣게 텃밭용 땅을 샀다. 공직을 퇴직하고 받은 퇴직금과 로펌에서의 소득 등 이리저리 돈을 보탰다. 20년 넘게 묵묵히 내조해 준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한 표현이기도 했다. 그녀는 부동산중개업을 한 이력이 있었고, 당시 경제학 석사였던 필자도 나름 물정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고 보니 맹지였다. 해당 토지는 지난해 3기 신도시 예정지구로 지정되어 연말에 토지보상 계약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정부시책에는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지정된 당일에 바로 계약까지 마쳤다. 그날 저녁, 11년 농사일을 마감하는 자축의 자리를 마련했다. 첫해와 그다음 해는 전 주인처럼 옥수수와 호박, 고구마를 심었다. 전업주부로 살다가 자신의 땅이 생기니 의욕을 보였다. 농사 초보자라 걱정은 됐다. 이랑과 고랑을 만드는 것도 육체노동과 경험이 필요하다. 잡초제거도 마찬가지다. 뽑고 또 뽑아도, 검은 비닐을 씌워도 질긴 생명력을 감당하기 어렵다. 필자는 소유자가 그녀임을 핑계로 엔간해서는 농사일을 거들지 않았다. 어느 해 3월경이었다. 잡초를 태우다가 불길이 바람과 함께 밭 전체로 번진 적이 있었다. ‘불이 났는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드라이브를 좋아한다. 그녀와의 소소한 대화는 이때 이루어진다. 아이들·친구들 동정, 가끔은 주변 사람이 궁금해한다는 세금 이야기며 동네 소식까지 다양하다. 어두운 밤에도 종종 시동을 건다. ‘캄캄해서 보이지도 않는데 뭐하러 나가냐’고 해도 ‘눈에 보이는 것만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웃으며 나갔다가 언성을 높이고 돌아오기 일쑤라도 그랬다. “빈정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 들어봤죠?” “세상이 항상 옳고 그름에 따라 돌아가는 건 아니거든요.” “지난 30여 년과는 달리 앞으로 30년간은 내 뜻대로 살고 싶네요.” “….” 불편한 침묵으로 대화는 이어진다. 부부간 수준 높은 교양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대화하기가 그리 쉬운가. 어느 주말의 오후,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더해진다. 그저 정면을 응시한 채 차는 속력을 높였다. 30년간의 중심축은 변함이 없었다. 하루의 시작과 멈춤, 가정일과 바깥일, 아이들 뒷바라지며 교육, 주말 일정, 가사노동, 역할분담 등에 있어서 내가 하지 않는 것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달리 반발도 없었다. 제대로 권력을 행사한 셈이다. ‘권력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을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에서 무제(無題)라는 제목을 종종 본다. 어떤 평론가는 제목을 붙이는 것이 마땅찮을 때 관객에게 위임해버리는 경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작가와 관객 사이의 밀당일 수도 있다. 작가들은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라거나 ‘적당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뭔가 울림이 있을 것 같아서’. 또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한 ‘무언의 저항’을 담았다고도 한다. ‘그냥 보이는 대로 보시도록’ 하기 위해 그랬다는 작가도 있다. 최근 한국납세자연맹에서 국세청에 정보공개 요청한 문건 중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해 공개결정이 난 보고서 하나가 관심을 끈다. “세무조사 독립성 확보 관련 정책연구 보고서”이다. 관련 연구는 국세청이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함으로써 이루어졌다. 2017년 국세청 내에 설치된 ‘국세행정 개혁 T/F’에서 정치적 동기나 고위관료의 세무조사 개입이 의심되는 사례를 확인하고, 국세청에 외부기관의 객관적 추가 검증을 권고한 바 있다. 그간 이러한 이슈에 대한 연구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연구임은 분명하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과거 우리나라 세무조사권이 때로 오·남용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잠을 이루기 힘든 저녁이 있다. 째깍째깍 심장 뛰는 소리가 밤12시를 넘겼다. 평소라면 저어할 일이지만, 맥주 한 캔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소시지를 안주 삼아 거친 호흡과 함께 삼킨다. 세무사는 긴장의 숨을 고른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채용 면접 전날 밤을 떠올려 본다.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오늘은 세무사가 의뢰받은 사건 중 세금 과세가 정당한지를 결정하는 회의가 있는 날이다. 눈을 뜨자 베개와 이불을 눈에 거슬리지 않게 손으로 쓸어내며 가지런하게 정돈한다. 신문을 가지러 나가기 전 항아리모형의 도자기 어항에서 스킨답서스 수림 아래 모여 사는 십여 마리의 핑크 테일 구피 가족과 미니비트로 아침 인사를 나눈다. 그리곤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서 평안한 글귀를 찾는다. 이어 샤워를 한다. 칫솔질에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샴푸나 린스를 눌러 사용하는데 손밖으로 흘러내리면 찜찜하다. 면도할 때 작은 상처라도 생기면 꺼림칙하다. 머릿결이 맘에 안 들어도, 스킨로션이 피부에 골고루 스며들지 않아도 신경 쓰인다. 서랍을 열어 속옷을 챙기는 데 손이 멈칫거리는 것도 불편하다. 평소에는 아무 상관 없는 일들이다. 세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기를 바란다’는 날이다. 올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번 같은 한가위만 없기를 바란다’고 해야겠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명절을 맞아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범정부 차원의 캠페인이 내걸렸다. 아들과 함께 고향의 부모님 산소만 다녀오기로 했다. 언감생심, 자동차가 없었다면 400여 킬로의 거리(서울 고성)를 당일치기할 수 있기나 했겠는가. 오며 가며, 길 위에서 자동차와 함께한 시간은 오랜만에 아들과의 대화로 채워졌다. 아들!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차가 없을 때 엄마와 아빠는 너와 형을 데리고 수원까지 버스, 전철 그리고 택시로 이동했던 적이 있었단다. 수원 큰아빠는 승용차가 있었거든. 귀향길 정체가 극심할 때면 산길 같은 국도를 헤매기도 했었지. 그럴 때면 길치인 아빠가 조수석에 앉아서 지도책을 무릎 위에 펼쳐 놓고 큰 아빠 심기를 살피기도 했었지.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 아들! 우리 집에 굴러들어 온 첫차가 뭔지 기억나니? 25년 전쯤 엑센트 중고차였단다. 그 후, 아반떼에서 소나타, 그랜저 그리고 지금의 차에 이르기까지 3~4년에 한 번꼴로 차종이 바뀌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코로나로 인해 병상 면회가 어렵사리 이루어졌다.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흔한 살의 어머니(장모님)를 보기 위해 6남매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일렬로 길게 늘어섰다. 간호사는 환자가 창밖을 볼 수 있도록 침대 머리를 들어 올렸다. “엄마요, 저 큰아들 ○○입니다.”로 시작됐다. 슬퍼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마침내 6남매의 막내가 “엄마, 나 숙이, 막내 정숙이”이라고 몇 번을 소리친다, 간호사는 환자의 귀에 대고 “막내딸 정숙이랍니다. 어머니”라고 전한다. 환자의 눈가에 마른 눈물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창밖으로 나지막이 들려 나온 한 마디. “무슨 소용 있노”.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난 장모님은 열 살쯤 가족들 손에 이끌려 중국 길림으로 도피하듯 이주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장인을 만나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인연을 맺고 6남매를 낳았다. 장인은 중국에서 얻은 지병으로 병마에 시달리다 홀연히 떠나가셨다. 6·25 동란, 보릿고개 등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는 동안 여자 혼자의 몸으로 6남매를 어떻게 키웠을지는 우리의 상상 그 이상일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공직에서 명퇴한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모두 한 보따리다. 필자에게도 신혼 초의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해 보면 소담한 기억들 사이사이로 머금은 웃음이 피어오른다. 군대를 제대하고 세무서에 복직한 것이 1988년 초다. 이듬해 결혼을 한다. 시흥동에 터를 잡았다. 근무지와 그렇게 멀지 않은 데다 다른 곳보다 월세 부담이 적었다. 서울 하늘아래 첫 보금자리였다. 그곳에서 아들 둘을 본다. 우리의 신혼집이자 안식처였던 그곳은 예전에 야산도 아니지만 넓은 들판도 아니었지 싶다.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안온한 길지였던가. 집 앞에 연립주택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떡갈나무, 밤나무 등이 지키고 섰다. 이맘때쯤이면 아이들은 쑥떡 색의 널따란 떡갈나무 잎사귀로 한낮 더위를 가렸고, 초저녁 밤꽃 향기가 사방을 뿌릴 때는 문을 닫고 있었겠다. 집주인인 아주머니가 시장에서 장사하며 어렵게 어렵게 모은 돈으로 다가구 주택을 지었다. 3층에는 주인 가족이 살았고, 반지하방(우리는 1층이라고 했다)에 두 가구, 2층에 두 가구, 모두 네 가구가 비슷한 시기에 입주를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우리의 예상은 빗나가기 일쑤다. 겪고 있는 지금의 경제위기 또한 그렇다. 향후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만큼은 확실하다. 혹자는 많은, 더 많은, 또 더 많은 재정지출을 통해서라도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패닉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5월 긴급재난지원금이 중소·영세사업자에게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들 한다.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때다. 지도교수님은 영국에서 ‘케인스’(1883~1946, 「고용 ·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를 공부하여 학위를 받으신 분이다. 틈틈이 베블린(1857~1929, 「유한계급론」)에 대한 강의도 하셨다. 세계경제공황과 세계1·2차 대전 전후 시기의 위기적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의 사정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당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시중에 자금을 풀어 소비를 진작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케인스의 생각이었으며 루스벨트가 이를 뉴딜정책으로 실현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경제회복이 지체될 경우 적자재정에 따른 국가의 빚이 늘어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김덕용(1961년생, 서울대 회화과) 작가의 ‘결’이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화가이면서도 공예적이고 다분히, 시적 표현을 통해 시대적 공감을 끌어내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미술품에 대한 세무상 이슈를 검토하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옥션을 통해 만났다. 그리고 이제는 집 서재(어떤 근사한 곳으로 상상하면 보통 낭패가 아니라서, 책상이 있고 책이 조금 꽂혀 있는 정도의 작고 여유로운 공간을 편의상 칭한 것에 불과함)에서 언제나 볼 수 있다. 남서향 고층 아파트인데 외부풍경을 공유할 심산으로 책상은 창을 향해 놓았고, 오른쪽에는 책꽂이가 있다. 왼편 벽에 ‘결’이 있다. 소나무를 깎고 다듬은 뒤 단청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사포질을 하여 아련한 추억의 흔적을 회상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다양한 작품 중 유독 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데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원래 예술은 반은 사기이고 속고 속이는 것”이며 “예술은 사기 중에서도 고등 사기”라고 했지만, 이 작품 앞에서는 침묵할지도 모른다. 거의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가 강아지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금년 봄만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실감 난적 있었던가. 벚꽃 구경 한 번 못 갔으니 기다리던 그 꽃잎도 목이 빠져 낙화했으리. 거리에서 차안에서 벚꽃song에 홀려 흥얼대던 기억마저 가물가물.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마음의 곁은 내어달란다. 행여 잊힐까 봐.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자위하며 마른 목을 축이는 사장님과 확진자보다는 확찐자(살이 확 찐 사람을 의미)가 차라리 낫다는 사람들 틈으로 시퍼렇게 멍이 든 봄이 간다. 펜데믹(Pandemic,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일상이 바뀌고 있다. 사스(2003년)에 이어 신종플루(2009년) 그리고 2015년에는 메르스가 왔다. 올해(2020년)는 코로나19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섰다. 다음 5~6년 후에는 또 무슨 일이 생길지. 3월에는 공적마스크 판매가 시작됐다. 어느 날의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약국 앞에 줄을 서서 공적마스크를 구매한 적이 있다. 긴 행렬 속 누군가가 “드디어 MSK(마스크)가 BTS를 이겼네.”라는 소리에 함께 있던 이들이 머쓱하게 웃는다.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 단절을 의미하는 ‘2주간 격리’라는 주문도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지난해부터인가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고령운전자 면허자진반납’ 운동이 일어났다. 고령의 기준은 65세에서부터 70세, 75세에 이르기까지 지자체마다 달랐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이러한 운동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소위 전문가로서 공인 자격증을 보유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평생 그 자격사로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심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시험을 봐서 한 번 합격한 후 죽을 때까지 써먹냐며 힐난 섞인 우스갯소리도 한다. 업무수행과정에서 나이 때문에 문제가 된 경우를 직접 듣거나 보지는 못했다. 자격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기적인 보수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업무능력이 저하될 경우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다만, 명의대여 등의 부당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드물게는 있는 모양이다. 현실적으로 전문자격사의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신체적 나이를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당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한다. 펌의 구성원에 따라 다양한 형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Before I die I want to ___________’의 공란에 누군가는 “Stay awake”라고 썼다. 언제부턴가 한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사람이 데자뷔되어 다가왔다. 이 지구상에 너무 일찍 와서 세상의 홀대 속에 홀연히 사라진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이상’(본명 김해경). 그들이 죽기 전에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형형하게 맑은 날카로운 눈과 빳빳하게 잘 선 콧대와 단단하고 가지런한 단호한 이빨과 타고난 사치한 피부, 그런 것들의 바닥 위에 인상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조금도 추한 느낌을 주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위 첫 번째 문단은 누군가의 얼굴을 표현한 글이며, 두 번째 문단은 내면의 심리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누구일까? 이 글의 끝자락에서 확인하기로 한다. 살아생전, 기구하고 불운한 천재 작가 ‘고흐’(1853~1890)와 ‘이상’(1910~1937), 그들의 삶은 전반적으로 피폐했다. 몽환적 느낌에 고뇌와 슬픔, 고독 그리고 우울증이 뒤따른다. 한편으로는 낭만과 자유
(조세금융신문=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본다. 치과의사인 병원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세무조사가 나왔는데 누군가 제보를 한 것 같다며 하소연을 했다. 어떤 고객이 잇몸치료를 하겠다며 왔는데, 현금을 낼테니 깎아 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치료가 끝나갈 무렵 그 고객은 다른 병원보다 비싸다며 갑자기 불만을 드러냈고 자신이 입금한 계좌가 병원계좌가 맞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현금을 내면 할인을 해주는 곳이 있었다. 세무조사과정에서 그 고객이 입금했던 계좌를 특정하여 금융조사가 이루어졌고 세금도 추징되었다. 병원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마치 함정수사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만약 그 고객이 탈세를 유도할 목적으로 거래를 시도한 것이라면 병원장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고객은 국세청으로부터 탈세제보포상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행위를 제보하는 경우에 금전포상을 하는 제도가 있다. 그 수가 많다 보니 포상금을 노린 전문신고꾼으로 카파라치(자동차 신호위반), 쓰파라치(쓰레기 불법투기),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학파라치(학원 불법영업) 등 각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