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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획/근로시간 단축]공무원에겐 '그림의 떡'

평균 근로시간의 함정…중앙으로 올라갈수록 격무
격무 부서엔 ‘먼나라 이야기’…공직사회서도 외면

오는 7월 근로시간을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앞두고 정부는 물론 기업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앞둔 정부와 주요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밤 11시면 일찍 퇴근하는 겁니다. 새벽 1시 퇴근이 정상입니다. 주당 52시간은 말도 안 돼요.” - 한 세종시 공무원

 

인사혁신처는 최근 공무원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주당 52시간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로 보이지만, 정작 세종시 공무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52시간은커녕 현복무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신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른다. 주당 근무시간은 40시간, 초과근무는 17시간이다. 한 달로 치면 68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허용하는 셈이다.

 

지난 1월 인사혁신처 발표에 따르면, 현업부서의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해양수산부 158.3시간, 소방청 144.8시간, 해양경찰청 132.2시간, 관세청 110.1시간에 달했다. 이들은 주말에도 상시근무체제를 갖춰야 하는 부서들이다.

 

사무실에 있는 비현업부서의 월 초과근무시간은 31.5시간으로 훨씬 낮지만, 세종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은 ‘평균의 함정’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방말단조직과 본부를 합쳐 평균을 내다보니 일부 격무부서의 실태가 가려진다는 것이다.


지방 말단 조직에서 본부 등 중앙으로 오를수록 업무강도는 살인적이다. 국정감사나 중요 정책발표라도 있으면, 집에서 두세 시간 선잠을 자고 다시 일터로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업무 일정 간 간격이 빽빽하고 국회 자료 제출 등 부가적인 업무가 많아 늘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지만,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각 업무가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내가 일하지 않으면 다른 업무가 막히기 때문에 일정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고 토로한다.


“정부행정이라는 것이 정해진 때 안 하면 다른 곳이 막힙니다. 아파도 말 못 하고, 밤새워서라도 일하는 겁니다.”


철밥통·칼퇴근이란 인식과 달리 공무원의 업무강도는 세계에서도 최상위 수준이다.
‘OECD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에 달한다. 세계 평균 근로시간(1763시간)보다 약 300시간 많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비현업직) 1인당 연 근무 시간은 2271시간에 달한다. 경찰이나 소방관처럼 24시간 상시근무가 필요한 현업직 공무원들의 경우 2738시간이나 된다. 세계 1위인 멕시코(2255시간)보다도 높다.


과도한 업무는 과로사로도 연결된다.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에서 근무하던 여성사무관이 복도 계단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같은 해 3월에는 고용노동부 소속 과장급 공무원이 세상을 떠났다. 가상통화 정책을 담당하던 청와대 정기준 경제조정실장도 스트레스와 격무 끝에 지난 2월 숨을 거두었다.

 

초과근무? 수당부터가 문제
인사혁신처도 주당 52시간에 대해서는 그다지 희망적인 전망은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판선 인사혁신처장이 점진적 도입을 천명하고 나섰지만, 지난 4월 19일 현재 내부적으로 관련 회의 일정조차 잡혀진 것이 없다.


다만, 초과근무만은 확실히 잡겠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월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초과근무시간을 현재의 40% 가량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행정기관에 공문을 돌려 연간 초과근무시간 감축목표를 세우고, 이행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목표만큼 초과근무 시간을 감축하지 못한 경우 엄격히 이유를 묻겠다고도 덧붙였다.


50%선에 머무르는 연가 사용률도 10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초과근무시간을 저축해 연가로 사용하게 하고, 미사용시 보상비를 부여하는 권장 연가 일수를 최소 10 일로 정하는 한편, 기관장이 연가사용을 촉구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 소멸한 연가에 대해서는 보상비를 주지 않는 내용의 복무규정이 최근 행정예고를 마치고 법제 심의에 들어갔다. 이상이 없을 경우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된다.


하지만, 정작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초과근로수당 삭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인사혁신처는 “초과근무수당과 관련 어떠한 개편도 추진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초과수당에 대한 비판이 오랫동안 누적된 상황에서 불안심리만 커지는 상황이다.


한 복무 담당 공무원은 “지금은 초과근무시간 단축을 강조하는 선에서 이야기가 나오지만, 만일 초과근무시간을 목표 만큼 못 줄일 경우 초과근무수당 예산을 깎는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고 토로했다.


사실 초과근무수당도 근로기준법 수준에 못 미친다.
공무원은 주당 17시간 초과근무에 대해서만 수당을 인정받는다. 주말에 일해도 특근수당 같은 것은 없다. 게다가 일일 초과근무시간 중 1시간은 공제한다. 저녁 7시까지 일해도 6시 퇴근한 것과 같은 셈이다.

 

만약 매일 2시간 이상 5일간 근무했다면 초과근무시간은 22시간으로 뛰어오른다. 물론 저녁식사 시간은 제외해야겠지만, 업무가 쌓인 상태에서 느긋하게 한 시간 동안이나 저녁식사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공무원 내부의 반응이다.


주당 17시간을 초과하는 업무지시도 실질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인사혁신처 측은 17시간을 넘는 초과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지만, 넘었다고 해서 보상도,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현업직의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31.5시간이지만, 집계안 되는 근무시간도 포함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불만은 터부시된다.


정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민간에서는 초과근무수당을 150%를 받지만 공무원은 50% 수준”이라면서 “비현업직이라도 일부 부서는 수당 없이 초과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민간도 포괄연봉제 등 편법적으로 초과 수당을 무력화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상대적 박탈감 문제도 있어 수당 개선을 요구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을 포기하거나, 가족을 멀리하거나
몇몇 행정기관은 개인의 삶을 포기하는 것을 본부 근무의 전제로 내걸기도 한다.
모 행정기관은 세종시 본부에서 전보 희망자에게 가족과 떨어지고, 저녁도 주말도 없는 삶을 각오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실제 자녀가 있는 한 여성공무원의 경우 근무 기간 내 육아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의사 외에도 실제 육아를 해결할 방안까지 답한 후에야 부서장으로부터 전보를 허가 받았다.


해법은 업무를 줄이거나 인력을 늘리는 것뿐이지만, 업무를 줄일 이렇다 할 방안이 없는 가운데, 증원도 요원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지난해 말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계획했던 공무원 충원안(1만2221명)에서 2746명 줄였다. 야당은 공무원을 늘려도 경찰과 소방관 등 현업부서만 가능하고, 사무를 담당하는 비현업직은 불가하다고 발표했지만, 현업직 에서도 경찰 858명, 생활안정 413명, 집배원 252명, 근로감 독관 235명이 줄였다.


이 가운데 격무부서에 대한 비선호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격무부서일수록 중요 정책, 기획을 맡고 있어 인재풀이 한정돼 있지만, 워낙 삶의 질이 낮아 점점 비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관의 영입제의를 받았던 한 공무원은 가족의 반대 끝에 본부행을 거절했다.
“아내가 연 끊자고 말하더라고요. 그간 수십 년을 본부 등에 있었는데, 공직생활 말년까지 또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 가족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더라고요. 집사람에게 평생 그런 말 들어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야당 일각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공무원 충원 예산을 타기 어려운 만큼 입법발의를 통해서라도 지속적으로 국회 내부의 여론을 환기하자는 움직임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지난해 8월 공무원의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무원의 과로사를 막고, 행정서비스의 질은 높이기 위해서다.


신 의원은 “국민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행정서비스의 양과 질은 계속해서 높아지는데도 인력충원은 그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중한 업무를 줄이고 이를 일자리를 나누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결국 국민에 대한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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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국세무사회, 선거 후유증은 말끔히 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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